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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젠지 아놀드 허 CEO “블록체인-e스포츠 결합, 자연스러운 흐름”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2.03.03 12:02
  • 수정 2022.03.0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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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북미 e스포츠 게임단 TSM이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10년간 2억 1,000만 달러(한화 약 2,335억 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기업과 협업하는 게임단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국내에서는 올해 1월 젠지가 빗썸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물꼬를 텄다. 
이를 주도한 젠지 아놀드 허 CEO는 블록체인과 e스포츠 산업이 더욱 밀접한 관계가 될 거라 전망한다. 실제로 이미 블록체인 기업들은 e스포츠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그들과의 파트너십은 게임단의 고질적인 재정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록체인 관련 기술들을 활용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면서 e스포츠 팬덤의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아놀드 허 CEO는 블록체인 산업에 스캠(금융 사기) 등의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검증된 협업 파트너와 함께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관련 기술들을 빠르게 배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터넷 발명 초기 수많은 버블 기업들이 등장했지만, 인터넷이라는 기술은 결국 세상을 바꿔놓았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빗썸과 함께 국내 e스포츠 웹 3.0시대를 선도하고자 하는 아놀드 허 CEO를 직접 만나 산업 현황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젠지 아놀드 허 CEO(사진=경향게임스)

이하는 QA 전문

Q. 젠지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메이저 프로게임단 중에서는 최초인데 어떻게 진행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허.
일단 크게 보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스포츠 산업이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기술이 포함된 웹 3.0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미래가 불투명해질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나 역시 테크 기업에 몸담은 바 있고, 케빈 추 창업주는 현재 블록체인 기업인 ‘랠리’를 운영 중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업과 파트너십을 진행하게 됐다.
무엇보다 관련 산업을 잘 아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우리가 국내 블록체인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지식이 부족한 편이라 한국 내에 자리 잡은 기업과 같이 일하고 싶었다. 빗썸과 파트너십 계약을 진행할 때 서로 모든 조건을 확인했고 좋은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책임감과 창의성을 동시에 갖춘 빗썸과 협업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Q. 빗썸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허.
블록체인 산업 현황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또 우리 팀원들과 팬들이 한국에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잘 아는 협업 대상이 필요했다. 이외에도 한국 블록체인 산업의 특징 중 하나는 시장 자체는 크지만, 글로벌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과 협업해 기회를 잡으려는 e스포츠 기업이 없다고 생각해 먼저 시도하게 됐다.

Q. 언제부터 블록체인과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연계를 생각했나
허.
젠지가 설립된 지 5년 정도 됐는데 1, 2년 차 때부터 구성원들 사이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사진=경향게임스

Q. 블록체인 산업과 e스포츠 산업이 어떤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나
허.
일단 첫 번째로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e스포츠와 관련해 가장 큰돈을 쓰는 스폰서들이 블록체인 기업들이다. 게임단은 수익화 창출 방안이 절실하다.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후원을 하는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두 번째로 e스포츠 팬덤의 확장 가능성을 들고 싶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게임을 좋아한다. 빗썸과 협업을 통해 e스포츠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멋진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다만 모든 게이머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도록 강요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좋은 파트너와 협업하면서 각 커뮤니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Q. 블록체인과 e스포츠 산업의 결합이 대세라고 생각하는가
허.
속도는 다를지언정 글로벌 주요 리그 및 게임단들이 둘을 통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개인적으로 2년 안에 블록체인과 e스포츠 산업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 본다.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빨리 관련 산업의 장점들을 배우고 싶다. 

Q. 해외 게임단 및 리그와 블록체인 기업 간 파트너십 체결은 적지 않게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 같은 파트너십 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차이가 왜 발생한다고 보나
허.
국내 주요 리그나 게임단의 경우 다소 보수적인 편이라 그런 것 같다. ‘퍼스트 무버’보다는 ‘패스트 팔로워’를 지향하는 것 같다. 또 여론의 질타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거기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다른 게임단이나 리그도 변할 것이라 기대한다.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젠지가 선두 주자였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중요한 것은 e스포츠의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팬들이 팀의 승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지금은 e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이 늘었다.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된 것이다. 블록체인 등 웹 3.0의 도입이 이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해외에서 블록체인과 결합을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 사례가 있나
허.
e스포츠는 아니지만 ‘NBA 탑샷’이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NBA 탑샷’은 NBA 선수들의 유명한 경기 순간들을 NFT(대체불가토큰) 카드로 발행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e스포츠에서도 기술과 I·P의 결합을 통해 얼마든지 긍정적인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사진=경향게임스

Q.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기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지 않게 문제가 되고 있다. 파트너십 체결과 관련해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허.
물론 우리도 관련 리스크가 크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알맞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와 협업 중인 빗썸의 경우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가상자산 사업자로 공식 승인을 받았으며 이 점이 파트너십 체결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
시점을 좀 더 과거로 돌려보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기를 치는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당시에도 리스크는 정말 컸다. 그러나 결국 인터넷은 시대를 변혁하는 도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눈을 감고 외면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규정을 지키는 파트너와 협력하면서 미래를 개척하는 방법이다. 

Q. 빗썸과 다양한 전략적 협업을 모색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허.
현재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있지만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다. 정말 멋진 프로젝트니 기대해도 좋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당장은 팀과 e스포츠 커뮤니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쵸비’같은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방법 외에도 팬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다. 체계가 잡힌 이후에는 블록체인 커뮤니티에도 멋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후원사와 윈윈하는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양사 간 비전이 맞아야 한다. 오프라인 행사를 예로 들어보자. 서울에서 제대로 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하려면 최소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매우 큰 돈이다. 반대로 소규모로 많은 행사를 하게 되면 선수들이 연습할 시간이 없어진다. 이 때문에 행사를 기획할 때 후원사와 뜻이 맞아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빗썸은 e스포츠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같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다.

Q. 젠지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 팀 팬들을 위해 GG STRIKE라는 코인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팬들에게 다양한 혜택(디스코드의 비공개 채팅 참여, 팀의 주요 결정 사항에 투표, 독점 굿즈 구매 등)을 제공한다고 했는데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 이러한 경험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답변 부탁한다
허.
통제된 환경에서 테스트를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을 선호한다. GG STRIKE는 게임 개발에 비유하면 알파 테스트와 비슷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단계에서 협업할 수 있는 파트너 ‘랠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e스포츠-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학습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파트너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해당 경험을 통해 플레이북을 만들었고 사업적인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Q. 블록체인 기업 쪽에서는 e스포츠 산업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나
허.
앞서 언급했지만, 블록체인 기업들은 e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를 협업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들 사이에서도 좋은 파트너들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기업들이 e스포츠의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들이 금융 산업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e스포츠를 스포츠의 미래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사진=경향게임스

Q. 현재 국내 e스포츠 게임단의 가장 큰 숙제는 수익화 방안 창출이다. 블록체인 기업과의 협력이 이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허.
해결책 중 하나라고 본다. 명확한 것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변화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선수들을 해외에 빼앗기게 될 것이다. 내가 늘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업계와 생태계가 유지되기 어렵다.
LCK는 규모가 크고 리그를 주최하는 입장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크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한다. 반면, 우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다.

Q. 웹 3.0 시대를 언급했는데 아놀드 허가 생각하는 미래의 e스포츠 게임단의 모습은 무엇인가
허.
현재로서는 누구도 정확한 모습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명확한 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웃음). 
하지만 앞서 언급한 ‘NBA 탑샷’처럼 웹 3.0의 기술들을 활용한 성공적인 아이디어들은 존재한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과거 ‘워크래프트3’의 커스텀 게임 중 ‘도타’가 있었고, 그로부터 현재의 발전된 MOBA 게임들이 등장했다. 현재 웹 3.0 분야는 커스텀 게임 단계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멋진 것들을 탄생시킬 도구들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들을 구현해나가면서 미래를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경향게임스

Q. 끝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허.
e스포츠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 특히 리스크가 동반되는 투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맞는 인재들을 발굴하는 게 어렵다. 바꿔 말하면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는 대단한 기회가 있다고 본다. 업계의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분야를 미리 공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 물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웃음).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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