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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레이싱은 처음이지? 세상 친절한 ‘그란투리스모7’ 레이싱 참맛 느껴볼까

  • 유동길,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3.04 14:53
  • 수정 2022.03.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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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차량을 전혀 모른다. 바퀴 4개가 달려 있고 운전대를 돌려서 조작하고 브레이크로 멈춘다. 그 정도 외에는 별다른 지식이 없다. 그런데 레이싱 게임 리뷰를 맡았다. 3월 4일 정식 발매된 ‘그란투리스모7’리뷰를 맡았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앞선 ‘그란투리스모’시리즈는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난 게임이다. 어렵다. 너무나도 어렵다. 차라리 ‘엘든 링’이 백 배는 쉬운 시리즈다.

그란투리스모7이 3월 4일 정식 발매 됐다.
그란투리스모7이 3월 4일 정식 발매 됐다.

기자는 학창시절 이 게임을 처음 접했다. 친한 친구가 이 게임을 너무나도 재밌게 즐겼다. 기자에게도 해보라고 권해서 플레이를 해 봤다. 첫 코너에 진입했는데 차량이 이탈한다. 뭔가 잘못 눌렀나, 다음 코너에서는 차가 한 바퀴 돈다. 완주는 커녕 트랙을 한 바퀴 돌지도 못한 채 리타이어 했다. 재도전, 또 재도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차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 게임은 애초에 시작 조차 어렵다. 그런 기자가 ‘그란투리스모7’를 리뷰한다니. 기자가 과감히 손을 들 수 있었던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자칭 차량 마니아에 고갯길 운전을 즐기는 유동길 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초보, 아니 신생아 수준 능력을 가진 기자가 레이싱게임의 근본 ‘그란투리스모7’에 도전해 봤다.

세계를 돌면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게임이다. 더불어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를 돌면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는 게임이다. 더불어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다.

레이싱게임의 근본 ‘그란투리스모’

레이싱게임의 근본 ‘그란투리스모’는 지난 1997년 첫 발매된 이후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하는 레이싱 게임이다. 당시 아케이드형 레이싱게임이 지배하던 시대에 리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외치며 현실에 가까운 레이싱 시스템을 도입해 극찬을 받았다. 이후 25년 동안 레이싱 게임을 대표하는 명작으로 자리매감한다. 이미 오래전에 물리 엔진을 기반으로 한 드라이빙 경험은 현실에 가깝도록 발전했고, 그래픽역시 첨단 기술들이 대거 적용돼 시대를 대표하는 그래픽 퀄리티로 유저들에게 다가간 게임이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유명한 차량들이 레이싱을 펼친다
아름다운 배경으로 유명한 차량들이 레이싱을 펼친다

특히 억소리가 절로 나는 슈퍼카들을 게임상에서 몰아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실제 차량을 모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게임이 완성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로서 가치를 인정 받았다. 관련해 전문 레이서들이 오프 시즌때 이 게임으로 훈련하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 드라이버들을 초빙해 e스포츠가 열리기도 하며, 게임 고수들과 카 레이싱 프로 선수들이 치열한 대결을 펼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차량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력과 같은 물리 현상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는 설계다.

억소리 나는 차량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억소리 나는 차량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세상 친절한 ‘그란투리스모7’

그런데 25주년을 맞이해 출시된 ‘그란투리스모7’은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큰 변화는 초보자도 쉽게 레이싱에 적응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더한다. 초보자를 선택하면 게임상에서 레코드 트랙이 나타나 길을 쫓아 달리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순위권이 보장된다. 여기에 코너를 편하게 돌 수 있도록 브레이크 포인트를 제시. 바닥에 빨간색 표시가 뜨는 것만 보고 브레이크 표시를 밟아도 코너를 돌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초보자들에게도 나름 노하우가 생긴다. 코너가 완만할 경우 굳이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 없이 핸들만으로 콘트롤 가능하다. 레이싱 도중 지형 지물을 이용해 감속할 수도 있다. 레코드 라인과 다른 형태로 진입해 빠져 나오는 방법 등을 채용해보면서 점차 기록을 단축해 나간다. 어느 순간 레코드 트랙과 브레이크 포인트는 그저 참고 자료일 뿐, 나만의 코스로 달리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노란색 라인을 따라 가다 빨간색 바닥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노란색 라인을 따라 가다 빨간색 바닥이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으면 된다

과거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던 기자가 코스에서 1등을 차지하고, 골든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까지 한다. 교육의 힘은 그래서 대단하다. 장시간동안 게임을 개발하면서 초보자들을 관찰한 듯, 개발팀은 신생아 수준 이해도를 보이는 기자가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어느 정도까지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해 냈다. 

레이싱의 참맛을 배우다

그런데 게임사가 알려주는 방법엔 한계가 있었다. 상대방 보다 빠른 차량을 타고 달릴 때는 정해진 트랙으로만 달려도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으나 서서히 게임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례로 한 서킷에서는 미니 쿠퍼 65년식을 타고 레이싱에 임해야 하는데 상대 차량들이 미니 쿠퍼보다 직선 주로에서 빠르다. 특히 상대 차량중에는 미니 쿠퍼 05년식이 존재하는데 사실상 하위 스펙 차량으로 상위 스펙과 대결해야 하는 셈이다. 초반부다보니 인공지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기자 역시 신생아 수준 차량 지능이 아닌가.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었다. 

제일 뒷차가 기자 차다. 리플레이를 돌려 보면서 인코스 진입 타이밍이 느리다는 것을 알고 수정할 수 있었다
제일 뒷차가 기자 차다. 리플레이를 돌려 보면서 인코스 진입 타이밍이 느리다는 것을 알고 수정할 수 있었다

유동길 기자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레이싱 주법을 이야기 한다. 사실상 스펙 차이 때문에 직선 주로에서는 승패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직선 주로에서 상대 레이싱 라인을 가능한한 막아서 최고 속도로 달리지 못하도록 만든다. 코너가 왔을 때 따돌려 격차를 벌이는 전략을 쓰라고 추천했다. 전략은 이해가 가나 실제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트랙에서 코너를 도는 연습 부터 진행한다. 트랙을 돌 때 속도를 체크하는 방법이다. 미니쿠퍼로 탑승하는 레이싱에서는 시속 70km로 돌 때 안전하게 코너를 돌 수 있었다. 연습을 거듭하면서 75km, 80km에도 코너를 돌 수 있자 점차 격차가 줄어 든다. 눈엣 가시 처럼 앞서 나가던 녀석이 코 앞에 까지 보인다. 다음 코너에서 한쪽으로 파고들어 옆면을 찍어 버린다. 아슬아슬하게 앞 라인을 잡아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다. 해냈다. 3등 이다. 장족의 발전이다. 

미션을 클리어 하면 차량을 보상으로 받는다
미션을 클리어 하면 차량을 보상으로 받는다

결국 그랬다. 이 역시 게임이었다. 단순히 코너를 달리는데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 차량의 상태와 내 스킬 등을 감안해 작전을 짜고 그것에 맞춰 대응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핵심 처럼 보인다. 단지 기자는 모른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떤 차량이 뛰어난지, 어떤 형태로 싸워야할지 작전을 짤 수없다. 그 때 마다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정보가 요기있네? 백과사전급 데이터

게임은 해답을 알고 있다. 다만 찾아보지 않을 뿐이다. 별 수 없다. 게임하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계에 부딪혔을 때는 공략이 필요하다. 굳이 다른데 가서 찾을 필요 없다. 내 앞에 있는 바로 그 녀석만 알면 될일 아닌가. 공교롭게도 게임상에서는 자동차를 설명해주고 싶어 난리가 난 캐릭터들이 한 둘이 아니다. 백과사전급 정보까지 수록돼 있다. 차근 차근 읽다 보면 답이 보인다. 이 녀석은 코너에 강하고, 이 녀석은 단거리 질주에 강하다. 이 녀석은 스펙상으로 따라잡지 못하니 포기하고 가야할 차다. 서서히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다음 단계를 향해 나간다.

튜닝숍에서 차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튜닝숍에서 차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스펙상으로 뒤떨어 지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해 튜닝을 거쳐야 했다. 유동길 기자는 스포츠CPU와 타이어를 우선 순위로 보기를 권장한다. 두 제품을 맞추자 기기 스펙이 올라간다. 그렇다면 나머지를 다 달면 기기 스펙이 더 올라갈 것 아닌가. 게이머적 감성과 실제 게임은 달랐다. 비싼 제품을 덕지덕지 붙였는데 오히려 스펙이 떨어 진다. 그도 그럴것이 무게가나가면서 차량 속도가 붙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튜닝도 해본 사람이 답이었다. 천천히 뜯어 보고 읽어 보면서 필요한 부품을 붙인다. 초기 대비 30%이상 성능이 향상된 차로 레이싱에 임한다. 눈앞에서 깔짝대던 녀석들을 따돌리고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차고에서는 튜닝에 따른 차량 성능 변화를 알려 준다. 세모키를 눌러 보면 총합 수치를 보여준다. 차알못 기자도 편히 확인 가능하다
차고에서는 튜닝에 따른 차량 성능 변화를 알려 준다.
세모키를 눌러 보면 총합 수치를 보여준다. 차알못 기자도 편히 확인 가능하다

공도 깡패, 그 위용을 보라

레이싱이 거듭될수록 상대 차량 스펙도 올라 간다. 그렇다면 기자도 스팩업이 필요하다. 좀처럼 불가능한 도전이다보니 치트(?)를 활용했다. 유동길 기자에게 부탁해 일본 레이싱을 부탁했다. 유 기자는 가장 먼저 레이싱 라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코너에서 진입할때 원심력을 이용하기 위해 아웃라인에서 인코스로 진입하면서 속도를 붙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코너 바깥쪽으로 향하면서 살짝 속도를 늦췄다가 인코스에 들어서면서 가속 패달을 밟아 질주하는 형태다. 여기에 강제로 브레이크를 밟는 방법 보다 목표 속도로 향할 때 까지 살짝 살짝 브레이크를 밟는게 유리하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로 속도를 늦추는 방법 등을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몇 번 트랙을 돌자 다양한 차들이 보상으로 들어 왔다
몇 번 트랙을 돌자 다양한 차들이 보상으로 들어 왔다

이 과정을 거쳐 레이싱을 마치자 신규 차량을 얻었다. 시빅 R타입이다. 소위 '공도 깡패'라 불리는 차량으로 빠른 속도가 장점인 차량이다. 여기에 전륜 구동 차량(앞 바퀴가 굴러가는 형태)이다 보니 브레이크를 잡는 기술 보다 액셀을 콘트롤하는 기술이 필요한 차량이라고 유기자는 설명한다. (후륜은 차량 밸런스가 전륜보다 잘잡히도록 설계. 전륜 브레이크 성능이 뒤쳐져 사전에 액셀 콘트롤이 중요) 실제로 공도 깡패는 빨랐다. 직선 주로에서 상대보다 더 빠른 차였다. 코너가 별로 없고 직선으로 달리는 트랙을 골라 유유히 달린다. 1등. 별다른 콘트롤도 필요 없이 차량만으로 찍어 눌렀다. 그렇다 이게 게임이다. 결국 좋은 차를 타면 될일 아닌가. 

레이싱을 하면 돈을 벌고, 돈을 벌면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다. 드림카를 탄다면 엔딩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것은 레이싱을 즐기는 일.

여유 찾자 풍경 보여, 이것이 힐링인가

게임에 서서히 익숙해져 갈 때 쯤 기자에게도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사전에 전략을 짜고 들어가다 보니 몇몇 부분만 긴장하고 나면 나머지는 순조롭게 풀렸다. 코너에서 좀 더 신경쓰고 나면 그저 달릴 뿐이다. 처음으로 주변 풍경들이 눈에 들어 온다. 먼 곳에서 보이는 설산 배경이, 푸른 초원이 눈에 들어온다. 겨울 낯에 느껴지는 햇살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는 배기음이 들린다. 순간 즐겁다는 감정이 셈솟는다. 이 것이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인가 하는 생각 마저 든다. 굳이 1등을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었다. 차를 바꿀 때 마다, 속으로 이 녀석은 거칠어서 급발진한다. 이 녀석은 느림보라 가속이 안붙는다. 이 녀석은 작아서 틈새로 파고들 수 있겠다. 별의 별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기획하게 되고, 그것이 실제로 맞아 떨어지면서 재미가 붙는다. 게임을 처음 접한지 20년 만에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 된 듯 하다. 이 게임을 목놓아 기다리는 게이머들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기분 좋은 주행이었다. ‘그란투리스모7’는 차량 이해도가 신생아 수준 기자도 레이싱의 맛을 깨닫게 해준 게임이다. 레이싱 게임을 해보고 싶지만 어려워서 못했던 유저들이라면 과감히 도전해 보자. 여러 의미에서 힐링하는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타다가 미끌어 질 차다. 꾸준히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탈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타다가 미끌어 질 차다. 꾸준히 연습한다면 언젠가는 탈 수 있지 않을까

 

[경향게임스=안일범, 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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