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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마이크로 매니징하는 ‘답정너’ 대표들께 전하는 고언

  • 정리=김상현 aaa@khplus.kr
  • 입력 2022.03.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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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창업자를 만나보면 무척 똑똑하고, 지식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실무자로서 일을 잘한 경우가 많아 자존감이 높고, 자신에 대한 자긍심도 높다. 그래서 뛰어난 실무 기술과 경험으로 자신이 구축한 명확한 틀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생각의 전개가 빠르고, 의사 결정도 신속하다. 이런 대표들의 눈에 직원들은 자신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실무 기술은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답답한 업무 진행을 보고 있는 것이 힘들다. 많은 경우 이럴 때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불리는 잔소리 혹은 ‘답정너’라고 불리는 일방적인 업무 지시가 시작된다.

답정너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교육이 답을 정해놓고.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일에 익숙하고 그것이 효율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며, 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나름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고 말하는 포드주의식의 답을 찾는 공부에 뛰어났던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모든 문제에 정답이 있고, 자신이 답을 잘 찾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참여자의 창작 욕구나 적극적인 아이디어 개진의 의욕을 꺾는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많은 대표가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생각이나 취향,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것을 강요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강요하면 직원들은 점점 자산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한 생각의 전개가 빨라서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오면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수시로 결정이 바뀐다. 텔레파시 능력이 있지 않은 한 직원들에게 대표의 피드백은 그냥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표의 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 조직은 경색되고, 직원들은 대표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언제 말이 바뀔지 모르니 확정된 결론인지 확인되기 전에는 업무 시작도 부담스럽다. 더 큰 문제는 많은 대표가 자신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이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보고 있으면 답답해서 혹은 자신이 생각한 정답에 틀린 결과물을 걱정해서 다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한다. 대표에 대한 신뢰는 더욱 나빠진다. 

빠른 답과 의사 결정에 익숙한 답정너 대표들은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빠른 결과가 효율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벤처 기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경영은 현재의 효율을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이다. 일을 나누고, 다른 답을 인정하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의 시선이 짧은 대표는 회사를 일정 수준 이상 성장시키기 어렵다. 업무와 상관없는 이런 스트레스는 대표와 갈등을 만들거나 직원의 퇴사를 유도한다. 대표가 팀장처럼 일하면 직원들은 팀원 수준만 남고, 대표를 팀장처럼 보게 된다. 자신의 성장을 바라는 직원들은 팀장같은 대표를 원하지 않는다. 대표가 직원을 평가하듯, 직원도 대표를 평가한다. 대표가 팀장처럼 일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 있고 대표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한다. 직원의 생각과 결과를 대표가 틀린 것으로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표가 틀린 것일 수도 있고, 단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대표가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하지 못하고, 직원의 생각과 판단의 결과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를 가지지 못하면, 회사는 대표가 마이크로 매니징할 수 있는 규모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 회사에 새로운 생각과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인재들은 회사를 떠나고, 대표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수행할 사람들만 남게 된다. 그러면,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하고 지시만 수행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대표는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게 된다. 절대 자신이 틀려서 일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인재들이 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통상 이런 과정은 창업 후 2~4년 정도에 주로 발생하며, 대표가 성장하지 못하면 회사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망하는 과정이 된다.

작가 유발 하라리는 많은 경우 창의력은 패턴을 파악하고, 섬세하게 분해해 새롭게 조합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런 새로운 조합은 자유로운 발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통해 생각을 막고, 취향이나 방향을 강요하면 창의력은 발현되지 않는다. 대표들은 자신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것은 아닌지, 믿고 기다리는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문제이다. 많은 경우 게임의 기획뿐만 아니라 대표의 경영 방식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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