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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베이케이션’ 만족도 36% 굴욕 … 수준 이하 개발력 혹평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3.28 17:20
  • 수정 2022.03.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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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VR게임 최대어 ‘서머 베이케이션’이 추락했다. 스팀 평가란에 따르면 ‘서머 비케이션’은 유저 만족도 36%에 불과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으로 확인 됐다. 이 수치는 최근 4일 동안 스팀을 통해 발매된 120개 게임 중 11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스팀은 최근 1주일 동안 출시된 게임 중 약 95%가 약 95%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플랫폼으로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관련해 120위를 차지한 작품은 ‘뱀파이어 더 마스쿼레이드’로 데모판 분량까지 충실히 스토리라인을 이어 나가다 본편을 구매하는 순간 황당한 전개를 거쳐 순식간에 게임을 끝내 버리는 방식이 비난을 사면서 후폭풍을 맞았다. 사실상 낚시성 게임이라는 혹평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즉 ‘서머 비케이션’은 낚시성 게임보다 살짝 나은 만족도를 기록중이다.

출처 스팀
출처 스팀

당초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게임들도 때로는 회생하는 경우가 있다. 일례로 ‘사이버펑크 2077’이나 ‘노맨즈 스카이’와 같은 게임들은 개발진이 지속적으로 패치를 거쳐서 게임성을 끌어 올렸고 결국 긍정적인 평가로 변모키도 했다. 유저들의 따끔한 일침이 개발사를 각성하도록 만든 셈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유저들이 패치를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애초에 개발팀의 개발력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패치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해당 게임 스팀 커뮤니티란에는 개발팀에게 시간을 줄 가치조차 없는 게임으로 즉시 환불하라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혹평이 뒤따르는 이유는 개발사가 선보인 게임이 아마추어 개발팀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터페이스와 세부 그래픽과 같은 요소들은 둘째치저라도 게임을 진행하는 기본 요소들 조차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빗발친다. 
초반 5분 동안 유저가 겪는 경험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유저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서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의 키+침대의 높이가 더해져 거인의 시점에서 게임을 바라보게 된다. 
두 번째는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오게 되는데, 터치 버튼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터치 판정은 검지손가락에만 존재해 다른 손을 사용할 수 없다. 전화를 받고난 뒤에도 전화기는 여전히 손에 붙어 있다. 
이어 캐릭터를 처음 만나면 캐릭터는 주인공이 아닌 먼산을 쳐다 본다. 대사는 전개되나 엉뚱한 곳에서 연극을 바라보는 듯한 콘셉트가 계속 된다. 
이제 유저가 억지로 키설정을 맞추고 캐릭터가 연기하는 곳에 맞춰서 얼굴을 들이 밀어서 눈을 맞춰야하는 촌극이 시작 된다. 
전체 게임 분량 중 대다수가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어 유저들은 수시로 키를 맞추고 몸을 움직이고 눈을 맞추는 등 셀프 서비스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이 제공하는 미니 게임들은 반복적이고 단순하다. 우선 캐릭터에게 오일을 발라야 하는 미니게임이 몇 차례 반복된다. 과정은 단순한데 손에 오일을 바르고 캐릭터 팔과 다리 등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게 전부다. 
또 다른 미니게임은 수박깨기다. 캐릭터가 봉을 들고 회전하는데 맞는 방향에 도착하면 엄지손가락을 든다. 원반 던지기는 원반을 집은 뒤 던지는 행동, 비치발리볼은 공하나 두고 치는 행동 등을 반복한다. 대체로 VR시장 초기에나 등장할법한 미니게임으로 학생들이 VR수업에서 학교 과제로 단 하루 만에 만드는 콘텐츠들이 상용 게임으로 둔갑한다.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유저들은 애초에 개발팀에게 신뢰를 보낼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예 게임으로 보기에도 민망할만큼 게임 퀄리티가 낮아 시간을 더 주더라도 제대로된 게임으로 빚어낼 확률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게임 구매자들은 벌써 4년 이상 후속작을 기다렸다. 게임은 지난 2018년 티징 영상이 공개된 이후 4년 만에 정식 출시 됐다. 그 동안 개발할 시간은 충분했을 터. 완성본이 수준 이하 콘텐츠라면 더 시간을 들여도 무의미하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전작 ‘VR 카노조’는 4년 동안 스팀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며 스태디셀러로서 VR계를 대포하는 명작이었지만, 후속작 ‘서머 베케이션’은 불과 4일 만에 VR역사에서 손꼽는 망작으로 추락하게 됐다. 

‘서머 비케이션’의 추락은 곧 킬러 타이틀의 상실을 의미한다. 전작은 출시 당시 불과 0.8대에 불과했던 스팀 점유율을 2%대로 끌어 올렸으며 ‘하프라이프 알릭스’와 함께 시장을 견인하는 작품으로 극찬을 받았다. 유입된 게이머들이 새로운 작품을 구매하면서 시장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당연히 후속작에서도 같은 효과를 기대했던 업계는 쓴 잔을 들이키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신뢰 문제다. 전작을 구매하면서 후속작을 기대했던 이들이 실망하게 되면서, 다음 대형 프렌차이즈들도 혹시 모를 의심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해 콘솔 시장에서는 ‘라스트 오브 어스2’와 ‘사이버펑크 2077’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이를 복구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서머 비케이션’의 몰락 역시 이에 비견할만한 여파가 예상된다. 

기자는 지난 2013년부터 VR분야를 취재했다. 이어 2015년에는 전문 사이트를 오픈하고 VR분야 콘텐츠를 집중 취재해 보도했다. 기자가 이 분야 취재를 시작한 이후 9년. ‘서머 비케이션’은 기자가 본 VR게임 중에서도 가장 실망스러운 게임이다. 

개발력이 없다면 차라리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도움을 구하면 됐었다. 시간이 부족했다면 연기하면 됐었다. 돈이 없었다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여지도 충분했다. 그 만한 수완도 없고, 판단력도 없고, 개발력 조차 없다면 이 팀이 존재해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서머 비케이션’으로 타격을 입은 게이머들과 VR업계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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