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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반룡의 게임애가] 중저예산 게임 펀드가 필요하다

  • 정리=김상현 기자 aaa@khplus.kr
  • 입력 2022.04.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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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초가 되면 많은 벤처기업 투자사들이 다양한 정부 부처와 유관기관의 투자 예산 공고를 기다린다. 특히 창업투자사라고도 불리는 벤처캐피탈 투자사는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사업 공고를 매일 같이 확인하며 기다린다. 보통 2월에서 3월에 공고되는 이 사업에 많은 투자사가 지원하고, 선정된 투자사는 펀드를 결성해 정책 목적성 안에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다. 

올해도 모태펀드의 다양한 사업 공고가 있었다. 그중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문화 부분 예산이다. 올해 문화 부분 사업은 창업 초기 문화 분야 기업이나 투자에서 소외된 문화 분야의 투자를 의무화한 모험 콘텐츠 분야, 드라마 제작 분야, 스포츠 산업 분야, 관광 산업 분야 등이 공고됐다. 많은 분야 중 게임인으로서 필자가 부러운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중저예산 영화 분야이다. 이 예산은 펀드가 결성되면 상대적으로 작은 예산으로 제작되는 중저예산의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의무가 부여되며, 중저예산 영화 중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는 영화를 찾아 투자가 진행된다.

이 사업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중저예산과 한국 영화라는 2개의 투자 의무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분야 투자는 양극화가 심하다. 대부분의 게임 투자는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다. 물론 투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수백억대의 제작비가 투여되는 대형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사에게 중저예산 게임에 투자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영화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산업도 중저예산 영화에 투자하는 것보다 대규모 예산의 영화에 투자하는 것이 평균적인 수익률이 높다. 그래서 중저예산 투자를 의무화하는 예산을 따로 편성해 사업하는 것이다. 이런 중저예산 영화 예산은 몇 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중저예산 영화들이 이 펀드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됐다. 중저예산 영화의 투자는 영화의 다양성을 높이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는 중소제작사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게 성장한 제작사는 이후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또한 다양한 신인 감독이나 작가를 발굴하기도 하고, 많은 제작 인력이 양성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은 제작 인력의 인건비가 높아지고 있고, 중소 제작사는 인력난과 자금난을 동시에 겪고 있다. 많은 외국산 게임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는 마케팅 예산의 확보가 어렵다. 지금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핵심 인력들은 과거 중저예산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쌓아온 인력들이 많다. 지금처럼 중저예산 프로젝트들이 줄어들게 되면, 몇 년 뒤 국내 게임 산업은 해외 제작 인력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작년 말 기준으로 게임을 투자 목적 분야로 하는 펀드는 3개가 결성돼 있고, 많은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저예산 게임 제작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올해는 게임 분야 예산은 편성되지 않았다. 모험 콘텐츠 분야 펀드의 목적 중, 소외된 문화 분야에 저예산 소규모 게임이 투자 대상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전체 펀드의 운용 자산 중 20% 이상 투자를 의무화하고 있어 비중이 작고, 소외 분야에는 다큐먼터리, 전시/공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중 게임에 투자되는 비중은 더 낮을 수밖에 없어 많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게임산업은 산업의 기반 강화나 다양성의 확보, 제작 인력의 안정적인 공급 측면에서 중소 제작사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시급하다. 게임 산업은 특성상 다른 문화 산업과 다른 면이 많아서 투자에 대한 전문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다른 문화 분야와 묶여 있으면, 투자는 다른 분야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문화 분야도 산업적인 어려움이 있으나,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서 게임 산업의 어려움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산업은 문화 산업 중에서도 규모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고용 창출 효과도 높으며, 수출 효자 산업이다. 이런 게임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중저예산 게임 투자 예산이 편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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