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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스포츠-블록체인 업계 협업 본격화

게임단 재정 문제 해결 ‘일조’ ... 新 기술 기반 콘텐츠가 ‘경쟁력’ 
커뮤니티 교류 통한 시장 ‘확대’ ... 지속 가능한 모델 구축 ‘핵심’

  • 박준수 기자 mill@khplus.kr
  • 입력 2022.04.13 19:37
  • 수정 2022.04.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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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e스포츠 게임단과 블록체인 업계의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젠지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며 포문을 열었고, 이어 SBXG(구 샌드박스게이밍)가 모회사 샌드박스네트워크와 함께 크립토 비즈니스에 대한 청사진을 밝히며 분위기를 띄웠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게임단과 블록체인 기업의 협업이 일반화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젠지 아놀드 허 CEO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글로벌 e스포츠 업계에 가장 많은 돈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급격히 상승한 프로 선수들의 연봉과 팀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는 게임단 입장에서 블록체인 업계와 파트너십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협업을 시작한 게임단들은 후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에도 높은 관심을 표하고 있다. 해당 기술과 게임단 I·P의 결합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계자들은 e스포츠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보유 여부가 향후 게임단의 경쟁력을 좌우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블록체인-e스포츠 커뮤니티의 교류를 통한 시장의 확장 가능성에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e스포츠와 관련해 향후 블록체인 기반 게임-게임단-팬덤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디스프레드 예준녕 공동창업자는 P2E(Play to Earn) 게임도 결국 e스포츠화가 진행될 것이며, 게임단이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거버넌스를 운영하면서 팬덤에 직접적인 보상을 주는 관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건전한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는 팬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단계가 필요하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게임단과 블록체인 기업의 협업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작년 6월 북미 게임단 TSM이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10년간 2억 1,000만 달러(한화 약 2,335억 원) 규모의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한 이후 내로라하는 글로벌 유명 게임단과 블록체인 기업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프나틱이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과 함께 NFT 기반 멤버십 서비스를 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프나틱은 최근 NFT 기반 멤버십을 론칭했다(출처=프나틱 공식 홈페이지)

블록체인 기업 ‘큰손’으로 떠올라
이러한 e스포츠와 블록체인 산업의 본격적인 교류가 국내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게임단 젠지는 지난 1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젠지 아놀드 허 CEO는 e스포츠뿐만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 산업 전반에서 블록체인을 포함한 웹 3.0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업 또한 홍보 및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양질의 파트너와 손을 잡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젠지 아놀드 허 CEO(사진=경향게임스)

아놀드 허 CEO는 블록체인 기업과의 파트너십이 게임단의 수익 창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글로벌 e스포츠 업계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주체는 블록체인 기업”이라며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후원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게임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업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e스포츠 시장의 규모는 커졌지만, 국내 게임단들의 재정 적자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1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단 다수의 평균 운영 예산은 21~50억 원인 반면, 매출은 대다수가 10억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 132.5억 원의 매출을 거둔 모 대기업 게임단의 경우 영업 손실은 155.6억 원에 달했으며, 그마저도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선수들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게임단의 수익구조 개선은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더해 우수한 선수 자원을 둘러싼 글로벌 게임단과의 영입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놀드 허 CEO는 “최고의 선수들을 해외에 빼앗기는 것이 가장 두려운 부분”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결합 통한 시너지 ‘기대’ 
국내외 e스포츠 게임단들이 후원만을 목적으로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은 것은 아니다. 산업의 최전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게임단 관계자들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그들은 팬들에게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임단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블록체인 기술과 게임단 I·P의 결합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젠지의 e스포츠 다큐멘터리 콘텐츠 ‘올인’(출처=젠지 공식 유튜브)

아놀드 허 CEO는 e스포츠 팬덤의 콘텐츠 수요가 빠른 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e스포츠 팬들이 팀의 승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면, 이제는 게임단이 보유한 모든 I·P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선수들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나 게임단 관련 다큐멘터리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콘텐츠들이 등장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 NFT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공 사례로 꼽히는 ‘NBA 탑샷’(출처=공식 홈페이지)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I·P 결합의 성공적인 사례로 ‘NBA 탑샷’을 꼽았다. ‘NBA 탑샷’은 NBA 선수들의 경기 활약상이 담긴 짧은 영상을 NFT(대체불가토큰) 카드로 발행해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론칭 5개월 만에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아놀드 허 CEO는 전통 스포츠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한 e스포츠에서도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접목해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산업의 결합을 통한 성공 사례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블록체인-e스포츠 커뮤니티 간 교류가 활성화되리라 전망했다. 특히 블록체인 산업은 이미 게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해당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도 게임과 e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협업을 통해 양 커뮤니티에 멋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등장하면 시장의 확대 또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핵심은 지속 가능성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산업의 결합을 통해 미래에는 좀 더 구조적인 측면의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 내다본다. 디스프레드 예준녕 공동창업자는 향후 블록체인 게임의 e스포츠화가 진행되면 P2E(Play to Earn) 게임-게임단-팬덤의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P2E 게임들이 수익화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e스포츠가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를 갖추게 되면 게임단의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대표적인 P2E 게임 길드 ‘일드 길드 게임즈’(출처=공식 홈페이지)

해당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게임단들은 최근 P2E 게임에서 주목받고 있는 ‘길드’와 비슷한 역할을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길드’는 다수의 P2E 게임 유저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DAO로 게임 진입에 필요한 초기 가상자산을 대여하거나,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식을 교육하고 유저가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분배받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P2E 게임의 성공을 주도하면서 ‘길드’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자사의 기업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 SBXG 정인모 CEO(사진=경향게임스)

국내에서는 샌드박스네트워크 산하 게임단 SBXG가 NFT 비전 선포식에서 이와 유사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정인모 CEO는 SBXG의 브랜드 파워 강화의 2단계로 게임단 DAO 거버넌스 구축과 P2E 길드 구성을 통해 크립토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게임단의 선수 육성 노하우를 고려했을 때 고도화된 P2E 게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단의 가치를 높여 열성적으로 팀을 응원하는 팬덤에 유형의 보상을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경향게임스

다만 이 같은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준녕 공동창업자는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시도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이 NFT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팬덤의 적지 않은 반대에 직면했으며, 최근 모 플랫폼에 소속된 스트리머들 역시 스타트업과 함께 NFT 관련 상품을 출시하려다 여론의 반발 때문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결국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기민하게 파악하고, 블록체인과 e스포츠의 결합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설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예 공동창업자의 설명이다. 
 

▲ 디스프레드 예준녕 공동창업자(사진=경향게임스)

이외에도 그는 좋은 사업 파트너를 선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특히 P2E 게임사의 경우 게임성뿐만 아니라 토큰 모델 설계의 완성도 등 지속 가능 여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며, 이에 투자하는 벤처 기업들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해당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경향게임스=박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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