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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리메이크 정식 출시 … ‘NANPA’ 추억 소환

  • 안일범 기자 nant@khplus.kr
  • 입력 2022.04.15 15:59
  • 수정 2022.04.1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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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이 필요 없다. 일단 스팀을 열고 dokusei를 입력하면 된다. 나머지는 기억이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다. 영어판이지만 관계 없다. 자연스럽게 대사가 기억날 것이고, 몸이 알아서 움직여 당신을 이끌 것이다. 추억에 잠겨 그 장소로 향하는 순간. 아뿔사. 없다. 안나온다. 그렇다. 15세 이상 이용가 버전이 스팀을 통해 출시 됐다. 분노에 휩싸여 환불 버튼과 비추 버튼을 누를 생각이라면 잠깐 참아보자. 토론방을 클릭해보면 유독 추천수와 댓글 수가 많은 게시글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 마법의 아이템. 패치다. ‘엄지 척’한번 해주고는 중요한 일을 하면 된다.  

사진 출처=스팀
사진 출처=스팀

‘동급생’이 돌아왔다. 엘프가 개발한 그 게임 맞다. 판권사인 DMM이 산하 스튜디오를 통해 게임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과거 엘프 스태프들이 대거 참가해 프로젝트를 리메이크했다. HD로 리메이크하면서 일러스트가 변했고 게임 내 그래픽이 대거 변경됐지만 관계 없다. 그 시절 기분은 그대로 살아 남는다. 이를 다시 일본 비주얼 노벨을 전문으로 번역해 서비스하는 기업 시라부네(Shiravune)가 영어로 번역해 선보인다. 번역 팀은 앞서 ‘칭송받는자’시리즈와 같이 소설 수준으로 텍스트가 많고 등장인물들이 다수 있으며, H신들이 존재하는 작품들을 부드럽게 번역해 극찬을 받은 팀이다. 번역 자체에도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팀으로 소문이 난 팀이다. 다만 한글 번역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다.

사진 출처=스팀
사진 출처=스팀

이처럼 올스타급 멤버가 모여서 게임을 론칭 해냈다. 게임 자체도 비교적 현대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우리네 시절처럼 연습장을 놔두고 시간과 장소를 써가면서 캐릭터를 공략할 필요도 없다. 한 번에 여러 캐릭터 엔딩을 보기 위해 치밀하게 스케줄을 짜고, 서로 공략 스케줄을 공유할 필요도 없다. 그냥 게임에서 모두 해결해 준다. 화면안에 모든 것이 들어 오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씬을 찾아가서 클릭 한번이면 완료다. 고생 끝에 새로운 신을 발견하는 재미는 덜하나 이 장르를 즐기는데는 지금 방식이 좀 더 최적화된 방식에 가깝다. 

그렇다. 당신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첫사랑을 만난 기분이다.
사진 출처=트위터. 아련한가. 피식 웃고 있는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한가. 정상이다.

반대로 올드팬에게는 불만일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원판이 워낙 뛰어 났다. 1993년도에 개발된 게임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한 퀄리티로 개발됐던 시절이다. 게임 자체가 성인 게임 부류에 속해 있어서 그럴 뿐, 여러 모로 게임 역사에 큰 공헌을 한 게임이다. 그저 야한 장면을 보기 위해 시작했다가 스토리에 빨려 들어 가고 클릭 어드벤쳐를 즐기게 되는 게임이다. 단지 성인 게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모든 요소들이 무시되는 점이 안타까운 장르다. 오히려 이 게임에 영향을 받아 이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스팀
사진 출처=스팀

당시 개발팀들의 기획은 93년도 버전 보다 오히려 최신 발매된 리메이크 버전에 좀 더 가까운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러스트를 받아 본 개발자들이 “이 일러스트로 그런 게임을 발매하는 것은 큰 실례”라며 게임성을 강조하면서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변경된 일러스트 역시 올드 팬들에게는 불만일  수 있는 부분이다. 원작 탄생 후 29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바라봐도 일러스트는 여전히 훌륭한 편이다. 단지 HD리메이크를 위해서는 일러스트를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일러스트를 그대로 따라 그려줄 개발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핫한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했고 지금의 버전이 탄생하게 됐다. 29년전 게임을 즐겼던 ‘동급생’ 들에게 게임은 조금 낮설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 막 이 게임을 접하는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30년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이 기업은 지금 쯤 스팀 게임 차트를 휩쓸고 있지 않을까.
30년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이 기업은 지금쯤 스팀 게임 차트를 휩쓸고 있지 않을까.

이 게임을 개발한 엘프는 끝내 폐업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많았으나 구매자는 그 보다는 적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돈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이 게임에 신세를 졌던 이들이라면 이제 의리를 보여줄 때가 왔다. 스팀을 향해 진격하라. 당신의 학창시절을 책임저준 그들에게 찬사를. 

[경향게임스=안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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