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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플레이가 ‘노동’이 될 수 있을까

  • 김상현 편집국장 aaa@khplus.kr
  • 입력 2022.04.16 09:05
  • 수정 2022.04.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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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게임을 ‘왜’ 플레이할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재미’라는 느끼기 위해서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이 ‘게임 플레이’하는 것을 ‘왜’ 좋아해”라고 묻는다면, 거의 ‘재미’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에는 게임을 통한 소셜 활동에 대한 ‘재미’가 증가하는 추세지만, 그 소셜 활동을 하기 전 우리가 게임을 선택하고 플레이하는 이유는 ‘재미있으니깐’으로 귀결된다. 

게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재도 하는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옛날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과거는 이 같은 행위를 ‘작업장’이라고 불렀고, 그들은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게임머니와 아이템 등을 겟(get)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 내 사냥 등을 통해 모은 게임머니를 아이템중개거래사이트를 통해 현금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적게는 수십대, 많게는 수백대의 PC를 운영해 게임내 재화 획득에 열을 올렸다. 규모도 상당했다. 당시 1등 아이템중개거래사이트의 경우, 하루 수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고, 거래 수수료만으로 연간 매출도 3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당시 모든 게임사들의 약관을 살펴보면, 게임 내에서 이뤄진 모든 행위와 그 결과로 얻어진 산물(게임머니, 아이템, 육성된 캐릭터 등)의 소유권에 대해 게임사가 갖고 있다고 명시했다. 때문에 아이템중개거래사이트릍 통해서 거래되는 모든 물품은 약관에 위배 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이런 행위(게임머니, 아이템, 캐릭터를 사고파는)에 대해서 적극적인 제재하지 않았다. 현금으로 거래되는 게임 내의 재화가 많을수록 그 게임의 인기는 높았고, 아이템중개거래사이트 통해 거래되는 횟수가 꾸준할수록 그 게임이 롱런을 했기 때문이다.
 
불법프로그램을 돌려서 얻는 게임 내의 재화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규제했지, 유저들이 정상적인 사냥 등을 통해 얻는 재화에 대한 현금거래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중국 등에서 대형화되는 작업장과 눈덩이처럼 계속 커지는 거래수수료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심을 했지만, 실질적인 액션은 크지 않았다. 

PC에서 모바일로 게임의 주도권이 바뀌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유저 간의 개인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게임사들이 게임 내의 재화를 유료 아이템으로 판매하면서 게임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작업장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최근 모바일 MMORPG도 유저 개인 간의 거래를 허용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지만, 예전만큼, 아이템현금거래 시장이 활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 지난해부터 불어온 P2E(Play to Earn)와 NFT(대체불가토큰)은 게임 플레이를 하는 행위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게임 플레이가 이제는 정말 ‘노동’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와 중국은 P2E와 NFT에 대해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글로벌 대세를 앞으로 계속 거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게임 플레이’에 대가는 얼마나 될까? 이 세계도 만만치 않다. 게임 플레이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환경이 조성됐을 뿐, 결국 많이 투자한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자본주의 사회로 굴러가고 있다. 내가 가진 캐릭터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면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 때, ‘노동(플레이) 시간’ 대비 더 많은 게임 내 주요 재화를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P2E 시장도 처음보다 시들한 모습이다. 결국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만큼 투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게임 내의 채굴을 돌리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게임 플레이를 노동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다. 내가 즐기면서 ‘재미’를 느끼고, 그 뒤에 오는 부가적인 수익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여전히 게임은 나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수단 중에 하나로 남을 수 있다. 

 

[경향게임스=김상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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