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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성공의 첫 걸음 “친구가 되세요”

  • 박병록 기자 abyss@khan.kr
  • 입력 2010.01.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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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출 시장의 정보력 갖춰 시장 공략해야 성공 가능 … 신뢰 바탕으로 한 협력사 관계 구축 노력 절실


국내 게임시장이 2000년 중반 레드오션화 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정부의 지원과 선도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 전략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2009년 15억 달러 규모의 게임수출국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규모로 볼 때,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이 자리 잡은 듯하지만 엔씨소프트, 넥슨, 엠게임 등 일부 기업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


사실, 해외시장 진출이 시급한 것은 중소 게임사들이다. 흥행 산업으로써 경영 안정성 확보가 어려운 게임산업 특성상 킬러타이틀이 없는 중소 게임사들이 생존을 위해서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도 기업들에 비해서 중소 게임사는 해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엠게임 해외사업총괄 최승훈 이사


2000년 후반,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 노력으로 국내 게임사의 해외시장 진출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는 엠게임 해외사업총괄 최승훈 이사를 만나 엠게임의 해외시장 진출 성공 스토리와 국내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엠게임 해외사업의 심장부인 해외사업실을 총괄하는 최승훈 이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의 미소가 떠오른다. 엠게임의 해외시장 전략은 최 이사의 미소와 많이 닮았다.

자사의 이익만을 쫓는 이기적인 해외 영업이 아니라 해외 파트너사도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올려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는 영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엠게임의 전략은 해외 수출 호조로 이어져 엔씨소프트, 넥슨에 버금가는 해외시장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다.



[파트너 이전에 친구가 되어야]
“성급한 계약 보다는 친밀감을 통해서 양사 비즈니스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감 형성이 동반되지 않은 파트너십은 쉽게 변질, 왜곡되기 마련이다.”


최승훈 이사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게임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계약을 종용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자고 설명한다.


최 이사의 이런 모습에 해외 퍼블리셔들은 다른 한국 게임사들은 계약이 당장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부터 연락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유별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2~3번 만남을 지속하면서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이해한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을 한번 해봐야 신뢰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 이사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은 흥행 산업으로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따라서, 게임의 흥행에 좌우되는 파트너십은 의미가 없다.


대화를 통한 상호 이해 노력으로 진출 시장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해당 기업의 니즈와 특징을 분석해야 성공에 최적화된 라인업과 개발 지원 사항,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최승훈 이사의 영업으로 엠게임은 2009년 해외 매출 비중을 50%대로 끌어올렸음은 물론, 세계 유수의 퍼블리셔들과 발전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장난스럽게 말하는 “해외 파트너사도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엠게임의 해외 수출 호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하우 집약할 수 있는 표준화 필요]
“정부 규제로 자체 서비스가 어려운 지역이나 많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시장이라면 라이센스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긍정적인 반면, 언어로 문화권이 나뉘는 지역에 대해서는 글로벌 서비스가 유리하다.”


최근 라이센스 사업과 글로벌 서비스의 효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최승훈 이사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부합하는 결정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투자에 인색해서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엠게임은 최근 남미시장에 PC방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터키에서는 결제 시스템인 ESN 코드를 도입했다.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이런 투자로 엠게임은 터키에서 국민 게임인 ‘나이트 온라인’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남미에서는 현지 정부로부터 환영받는 게임사로 입지를 다졌다.



새로운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연구하고 시장조사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고, 해당 서비스 국가에 최적화된 수익 모델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엠게임 해외사업부에는 해외 사업 바이블이 있다. 해외 사업의 A부터 Z까지의 모든 것이 집약된 사업 바이블이 있기 때문에 신입사원도 2~3년차 직원과 같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다.”



이런 표준화 작업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엠게임이 해외 시장 개척에 있어서 꾸준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담당 직원이 갑작스럽게 이직을 해도, 지역 담당 직원이 바뀌어도 표준화된 프로세스에 의해서 진행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해외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은 담당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노하우를 집약하고 해당지역의 정보를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월한 해외 시장 공략법은 없다]
미개척 시장 공략에 대해 최승훈 이사는 “출장을 가면 서점에 들러 해당 국가의 게임 잡지와 전문지를 꼭 구입한다”며, “잡지에는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든 기업의 정보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에 컨택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 조이맥스 등의 게임사들이 처음부터 돈독한 파트너십이나 컨택포인트를 가지고 진출한 것은 아니다. 각자가 나름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물이다.


최승훈 이사는 해외 사업 개척에 나서는 게임사에게 정부가 주관하는 비즈 미팅이나 지스타와 같은 게임쇼 B2B 참가를 권한다.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많은 기업을 만나 인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엠게임도 2003년 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비즈 미팅을 통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 때 동남아시아의 대표 퍼블리셔로 성장한 아시아소프트를 만날 수 있었으며, 지금까지 돈독한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유럽과 러시아 시장 개척을 준비하고 있는 엠게임은 처음 해외사업을 진출했던 그때 그 방법으로 인맥을 쌓고 있다. 잡지에서 메일 주소를 찾아 회사 소개서와 게임 소개서를 보내고 현지로 날아가 3~4시간씩 PT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지금까지 게임을 알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엠게임이라는 브랜드 마케팅에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2010년 게임으로써가 아니라 게임사의 이름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정적인 해외사업 기반을 마련한 최승훈 이사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열혈강호’, ‘나이트 온라인’이라는 게임명은 알지만, 정작 개발사인 엠게임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엔씨소프트와 넥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승훈 이사는 해외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이 이 부분에 주목하면, 차후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북미와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왕좌를 지키기 위해서는 몇몇 선도 기업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업계의 적극적인 개척에 더불어 정부의 사업 지원이 발맞출 때 글로벌 온라인게임 강국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최승훈 이사 프로필
● 1972년 1월 20일 생
● 1999년 (주)트리커소프트 실장
● 2001년 엠게임 해외사업팀장
● 2003년 엠게임 해외사업실장
● 2005년 엠게임 해외사업부이사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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