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이버 야바위’ 성행 도를 넘었다

  • 안일범 기자 nant@khan.kr
  • 입력 2010.01.11 09:1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게임시스템 악용 도박판 벌여 … 10초 만에 1만원 꿀꺽, 현실 ‘도박’ 뛰어넘는 수준


시골장 한구석에서나 등장함직한 야바위꾼들이 온라인게임 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수만명이 넘는 동시 접속자들을 상대로 사람을 끌어 모은 뒤, 판을 벌여 돈을 끌어 모은다. 오래할 수록 딜러가 승리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이제는 온라인 방송시스템 마저 동원할 정도다. 이에 하루 평균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까지도 돈을 벌어들이는 ‘꾼’들이 속출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것은 온라인게임 상의 머니지만, 현금화가 쉽기 때문에 실제 도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예 최근에는 ‘대박 재테크’라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하면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기 까지 하다. ‘재미’의 수위를 넘어선 사이버 야바위, 그 실체를 추적해 봤다.


사이버 방송 시스템을 제공하는 아프리카TV에는 하루에도 수십개가 넘는 ‘야바위’방이 개설된다. 이들은 유명 온라인게임인 D게임에서 유저들을 끌어 모으고, 판을 벌인다. 판을 벌이기 전 꾼들은 게임상의 전체 메시지 아이템인 ‘하트비트폰’을 활용해 ‘고객’들을 모은다. ‘고객’들이 비교적 드문 아침 9시에도 어김없이 그들은 활동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골든 타임’이 시작된다. 이 때 부터 20개가 넘는 방이 개설돼 새벽까지도 ‘게임’은 이어진다. 방마다 평균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이 가득차기도 한다. 한번 ‘게임’을 끝낸 고객들이 보통은 방을 떠나는 것을 감안하면, 적게 잡아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 이들이 야바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결코 지지 않는 게임]
현재 꾼들 사이에서는 ‘항아리 내기’가 유행하고 있다. ‘항아리 내기’는 유저가 꾼에게 돈을 걸고 아이템의 종류를 말하면서 시작된다. 돈을 건네 받은 꾼은 고객이 말한 종류의 항아리 아이템을 사용한다. 이 때 항아리를 사용하면 3~4종류의 아이템 중 1종이 나오는데, 만약 유저가 이 아이템의 종류를 맞췄다면 2~2.5배 금액의 보상을 받는다. 물론 맞추지 못하면 딜러가 모든 금액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딜러에게 100만 게임머니를 건네고 액세서리 항아리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팔찌, 목걸이, 반지 중 1개 아이템(ex)반지)을 딜러에게 알려준다. 딜러는 항아리를 사용해 랜덤 아이템을 획득한다. 만약 반지가 나왔다면, 유저는 200만~300만 게임머니를 받고, 팔찌나 목걸이가 나왔다면 유저는 돈을 잃는다.


즉, 유저가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은 3번 중의 1번으로 33%다. 딜러가 승리할 확률은 66%로, 3번 중 2번을 승리할 수 있는 셈이다. 간단한 계산으로 보면 3번 게임을 하면 200만머니를 잃고 250만머니를 딸 수 있으니 유저가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함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애초에 유저는 딜러에게 100만머니를 먼저 지급하므로, 250만머니를 지급받으면 사실상 150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유저는 3게임을 할 때 마다 최소한 50만 머니를 잃도록 설계돼 있다. 딜러는 오랫동안 ‘항아리 내기’를 할수록 이득이 되는 셈이다.



▲ D게임의 게임머니는 하루에도 수 천 건씩 거래된다


[한판에 1만5천원 실전 도박]
일련의 과정은 짧게는 10초, 길어도 30초를 넘기지 않는 다. 한 게임을 끝내는 시각을 20초로 잡았을 때, 1분마다 딜러는 수익을 얻게 된다. 이렇게 모은 금액은 아이템은 매매 사이트를 통해 거래 되고 있으며, 작업장 등 전문 게임머니 거래상을 통한다면 언제든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시세는 100만 게임머니당 5,000원 선에 거래된다. 100만 게임머니를 판돈으로 걸고 ‘항아리 내기’를 계속한다고 했을 때, 꾼들은 1분 당 최소 2,500원을 벌며, 유저들은 1분당 2,500원을 잃는다.


더 큰 문제는 게임에 통용되는 판돈에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딜러는 최대 베팅금액을 1,000만으로 잡고 있었다. 한번 베팅에 5만원이 오고갈 정도다. 약 1분만에 5만원, 1시간이면 300만원까지도 오고 갈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3~4시간 ‘작업’을 하면 10만원이상 수익을 본다”라며 “신뢰할 수 있는 딜러라는 이미지가 구축되면 30만원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돈이 없는 유저들을 위해 아이템도 내기 대상에 포함된다. 캐릭터 아바타나 펫의 알, 무기와 같은 장비들은 시세의 80%~90%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한 뒤 내기를 하게 된다. 이 때 거래 금액은 한 판에 2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 게임위는 게임사들에게 적극적인 모니터링 권유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크게 보려면 클릭하세요.)


[전문 도박판 방불케 하는 전략]
이렇다 보니 꾼들은 가히 전문 도박판을 방불케 하는 전략을 통해 유저들을 끌어 모은다.  방송을 통해 현재 유저들이 얼마나 돈을 벌고 있고, ‘내기’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를 모두 공개한다. 여기에 방송을 보거나, 내기를 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함께 실시한다. 딜러가 특정 금액을 딸 때 마다 퀴즈를 맞추는 유저에게 돈이나 아이템을 지급하는 식이다.


도박판의 감초 바람잡이들도 등장한다. 한 번에 수천만 게임머니 씩 거래 금액을 걸고, 돈을 따든 잃든 게임을 하는 식이다. 물론 ‘작업’에 필요한 게임 머니는 딜러와 바람잡이가 애초에 서로 주고 받은 돈이다. 덩달아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판돈 역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커진다. 어차피 수상자가 정해진 이벤트와, 판을 키우는 바람잡이가 정해져 있는 이상 딜러가 잃는 금액은 거의 없다.


여기에 호객을 위해 노래를 부른다거나, ‘미녀 도우미’를 통해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며, 화면내 유저 전원에게 수고비를 지급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적 사각지대 막을 방법 없나]
상황이 이쯤 되자 게임업체들과 게임물등급위원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박성 짙은 사행성 행위가 게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D게임 뿐만아니라, L게임, R게임 등 게임머니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유사한 방식으로 내기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현재 게임사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도박 행위들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들이 할 수 있는 규제는 계정 접속을 차단하는 것일 뿐이다. 반대로 ‘딜러’들은 이미 ‘차단당할 것을 감안하고’ 내기를 펼친다. 도박에 필요한 극 소수 게임머니만 갖고, 장비나 고급 아이템 등은 전무한 상태로 도박은 진행된다.


여기에 실제로 차단이 이뤄지는 기간 동안 이미 게임머니는 현금으로 탈바꿈 되고 없다. 따라서 계정을 차단한다 할지라도 딜러가 받는 피해는 거의 없다.


현재 딜러로 활동하고 있는 김 모씨는 “애초에 접근하는 유저들에게 적더라도 게임머니를 주면 (딜러 계정과)함께 차단당할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다”며 “차단을 당하더라도 2만원만 내면 얼마든지 동일한 수준의 계정을 구할 수 있어 손해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 도박은 온라인 방송을 통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시스템들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래, 인챈트 등 내기에 사용되는 시스템들이 게임의 핵심 시스템이자 기본적인 시스템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유저간 거래를 아예 막아버리거나, 인챈트 시스템을 폐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해당 행위는 불법임이 분명하지만, 유저의 선택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게임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시스템상의 조건에 따라 게임사들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조건에는 한계가 있지만 업체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계정 정지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게임전문가들은 “유저들을 대상으로 ‘딜러 신고하기’ 이벤트 등을 통해 신고하는 유저들에게 약간의 보상을 주게 되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때 해당 시스템으로는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유저들에게 알리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