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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쁜 게임산업 발목 잡는 한심한 ‘청소년보호법’

  • 김상현 기자 AAA@khan.kr
  • 입력 2010.05.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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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헌성·중복규제 등 청보법 개정안 문제 많아 … 업계 자율규제 통해 산업 발전에 역량 집중 필요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
지난 4월 27일 강압적 셧다운제(0시~6시까지 청소년들의 게임접속 금지)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재검토를 거치게 됐다.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진법)과 상충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서 제 2 법안 소위에서 법안 상정에 대한 심의를 다시금 검토하게 된 것이다.


게임업계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측은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지만, 아직 명확하게 결론이 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청보법 개정안을 상정시킨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 측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안 상정을 놓고 두 부처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여가위 측이 청보법 개정안 상정 움직임을 보이자, 문화부 측도 서둘러 게진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4월 29일 법사위에 심의 신청했다.


일부 개정안에는 ▲게임 과몰입 대책 관련 법률 ▲오픈마켓 사전 심의 철폐 ▲오토 프로그램 처벌 규정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법사위 의원들은 청보법 개정안과 게진법 개정안이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판단해, 두 개정안을 법사위 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의원들도 갸우뚱한 ‘청보법’]
지난 4월 27일 청보법 개정안 법사위 심사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일부 조항의 위헌성과 게진법과의 중복규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술, 담배, 음란물 등과 같이 청소년들이 접근하지 말아야하는 것에 게임이 포함되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의 의견이다. 유해 매체물이 아닌 온라인게임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청보법의 취지와 체계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셧다운제’와 같은 강제적인 법안은 과잉규제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청소년이 게임을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셧다운제를 실행했을 때, 효과 부분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게진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보법에서 게임을 다루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 문화부에서 이미 게임 과몰입 대책과 관련된 조항들을 발표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게임산업의 주무부처는 문화부이고 그에 맞는 법 또한 게진법에서 다루는 것이 옳다”며 “기존 게임법에서 다루는 것을 여가위에서 간섭하는 것은 국법 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외국에 서버가 있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규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개정안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의견에 대해서 청보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게진법은 진흥에 관한 법률을 담고 있어 규제에 있어서 취약함을 갖고 있다”며 “게진법이 담고 있는 자율규제에 대해서 실효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강압적 셧다운제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


[‘밥그릇’ 싸움 논란]
여가위 측이 청보법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을 여가위가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산업적인 지지 기반이 없는 여가위가 매년 두 자리 수 이상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게임산업을 자신들의 산업 기반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는 것은 맞지만, 아직 산업군으로서 규제보다는 진흥이 우선시 돼야한다”며 “여가위의 섣부른 판단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도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어느 정도 문화부와 손발이 맞아가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가 간섭한다면 혼선만 일으킬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장현영 실장은 “게임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많이 요구된다”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는 여가위가 게임산업에 관여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게임 규제를 통해서 산업을 간섭하겠다는 여가위 측의 생각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자칫 힘들게 일궈낸 글로벌 텃밭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6월 정기 국회에서 판가름]
법사위 소위원회로 게진법과 청보법 개정안이 회부됐기 때문에 빠르면 6월 국회에서 결과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 의원들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한 만큼, 청보법 개정안에서 게임관련 규정들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전문가들은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2005년에 불거진 문화부와 정통부 간의 힘겨루기에서도 정부가 단일화된 창구가 필요하다고 판단, 문화부의 손을 들어줬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문화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게임이 문화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가 산업에 크게 일조하고 있어 아직까지 규제보다는 진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문화부 게임산업과 김규영 주무관은 “청보법이 게임 콘텐츠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 측도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게임산업과에서도 진흥과 규제를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자성의 계기로 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여가위의 청보법 개정안에 대한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게임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체 한 CEO는 “온라인게임 산업이 태동한지 이제 10년”이라며 “아직은 규제보다는 진흥에 힘써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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