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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씨 둘러싼 로비 의혹 “나 떨고 있니”

  • 특별 취재팀 press@khplus.kr
  • 입력 2011.05.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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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로비 의혹 ‘일파만파’… 업계 불똥 튈까 사태 예의 주시


게임전문포털 구름인터렉티브 전 경영진이었던 L씨의 로비 행각이 사방으로 불똥을 튀기고 있다. 검찰의 오리온 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로 L씨의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되면서 그 동안 게임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로비 관행’이 이번 사건을 통해서 파헤쳐질 수 있을지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퍼블리싱, 광고 대행, 인수 합병 등에 있어서 그 동안 로비 관행이 알게 모르게 이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바짝 긴장]
L씨는 최근까지 구름인터렉티브의 게임 사업을 진두 지휘한 인물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구름인터렉티브는 엠게임 출신의 박영수 전 대표, ‘나이트온라인’으로 유명한 노아시스템의 박재덕 대표, ‘열혈강호’로 게임업계를 주름잡았던 꾸러기소프트의 박지훈 대표, 패키지게임 개발로 잘 알려진 손노리 이원술 대표 등이 참여해 화제가 된 업체다.


L씨는 엠게임에서 이들과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갑자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프로야구 초상권 로비’ 의혹이 터지면서 부터다.


그가 차명으로 운영하던 광고대행사 4곳에서 비자금이 조성돼 30~40억 원 정도가 로비자금으로 흘러나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의 한 간부가 프로야구 선수초상권 독점 사용권을 놓고 이 돈을 받은 정황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L씨의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이번 사건의 핵심인 ‘케로로파이터’. 100억원의 온미디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6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상납했다는 정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L씨의 비리 의혹이 하나씩 벗겨지면서 ‘검은 커넥션’에 연결된 의혹의 인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게임전문 채널 온미디어의 전 대표였던 K씨는 재직 시절 L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K씨는 지난 2007∼2008년경 L씨로부터 “회사 채권 회수와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등의 청탁과 함께 6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구름인터렉티브와 온미디어는 당시 인기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를 활용한 온라인게임 개발에 100억원 상당의 자본을 공동 투자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광고대행사를 경유해 광고비를 우회지급 받거나 허위 매출을 일으키는 석연치 않은 거래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화살은 다음 과녁인 구름인터렉티브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구름인터렉티브는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 온미디어는 CJ E&M으로 합병되기 이전 다양한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했다


박재덕 전 대표 등 설립멤버 중 일부는 퇴사했지만 아직 현직에 남아있는 인사들도 있기 때문에 파장이 어디까지 커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L씨와 함께 일했던 관련자들이 많이 남아 있어 검찰의 수사가 확대될 경우, 구름 관계자들의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도피 중이라고 알려졌던 L씨가 최근 ‘제 발로’ 귀국한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각종 추측이 무성한 상황이다.


예기치 않은 쪽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구름인터렉티브의 한 관계자는 “일단 지켜보는 입장”이라며 “여론 및 수사의 향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로비 관행’ 업계의 추악한 실상]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게임업계의 추악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일부의 비뚤어진 심리와 게임업계의 뿌리 깊은 한탕주의가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광고대행사 유착’, ‘지분 뒷거래’, ‘거액 로비’ 등 소문만 무성했던 게임업계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난데 대해 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로 유명 게임 광고 대행사 2곳은 실제 검찰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광고대행사의 ‘뒷돈 찔러주기’는 게임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며 “이번 사태도 CEO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와 같은 업계의 구조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모 게임업체는 갑작스러운 임원진의 교체 결정을 두고 광고 대행사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났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업계 내 만연해 있는 ‘뒷돈’의 존재도 확인됨에 따라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온미디어 전 대표 K씨의 자금 출처 및 투자 배경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수상한 뒷돈’이 게임업계에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퍼블리싱부터 M&A에 이르기까지 명문화하지는 않았더라도 내부적으로 ‘뒷돈 거래’의 교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눈먼 돈 챙기자’ 식의 게임업체와 ‘뒷돈 더’를 요구하는 일부 몰염치한 관계자들의 합작품이란 지적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 ‘하기 싫으면 관둬라. 게임은 많다’는 식으로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며 대놓고 뒷돈을 요구하는 몰염치한 인사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을 지켜보는 업계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 게임업계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극도의 불안감도 엄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의 조종(弔鐘)이 울렸다”,“계속해서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이 과연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 있을 지는 수사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개인 비리에 불과하거나 의혹을 받았던 인사들에게 대거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게임업계는 이번 사건이 업계 전반으로 불똥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구름인터렉티브 향후 행방은 …] 부채 문제 등 ‘산 너머 산’
L씨의 로비 의혹을 계기로 구름인터렉티브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주목된다. 2007년부터 꾸준히 퍼블리싱과 게임 개발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자금적인 압박이 거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2010년에는 직원들의 급여가 밀리면서 적지 않은 인원이 퇴사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태로 인해 회사 이미지가 추락, 퍼블리싱 등 주요 사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해체 요구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게임개발 등에 따른 부채가 많아 쉽게 정리되기도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손노리는 지난달까지 넥슨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부채 인정 등의 문제로 결렬됐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회사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게임개발을 지속할 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꾸러기소프트 역시 정도가 덜할 뿐이지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구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상 게임회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지만 부채가 많아 그 처리도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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