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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11월 괴담' 주의보 발령

  • 윤아름 기자 imora@kyunghyang.com
  • 입력 2007.11.2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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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스포츠계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해 이른바 ‘11월 괴담’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SK텔레콤 김성제(23, 프로토스)는 단독 행동으로 숙소에서 무단 이탈, 온라인 연습생으로 강등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김성제와 같은 팀 동료 전상욱(20, 테란)은 경기를 마친 뒤 갑작스런 부친상으로 슬픔에 잠기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연이어 터져 팀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뿐만 아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 등 양 방송사도 11월 괴담의 설득력을 부여하듯 불미스런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중 MBC게임은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히어로 센터가 괴한의 침입으로 경기장이 파손돼 관중 없이 프로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처럼 좋지 않은 소식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e스포츠 전체 분위기는 흉흉한 실정이다. 한 게임단 관계자는 “서로 눈치 보며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고 있진 않지만 각 게임단마다 요즘 죽을 맛”이라며 “게임단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불쑥 터지는 사건 때문에 그늘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e스포츠 '11월 괴담' 주의보 발령

- 무단 이탈. 집단 발병 등 선수 관리 비상 ... 게임단 사기저하 및 전력 손실 우려 심각
- 세트 파손. 방송 징계 등 양 방송사 수난 ... 관계자들 e스포츠 팬심 잃을까 전전긍긍


‘11월 괴담’은 이달 전후로 유난히 각종 사건사고가 불거진 그간의 연예가를 두고 붙여진 징크스 이름. 근 몇 년 동안 이 징크스를 피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한다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e스포츠도 최근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관계자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이를 위해 19일부터 양일간 e스포츠 관계자 워크숍을 갖고 관련 안건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SK텔레콤, 연이은 악재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먼저 자체 정비에 나섰다. 지난 10일 이후 코칭스태프를 포함, 선수단 전원이 삭발을 하고 마음가짐을 새로 한 것.

또한 개인리그 결승전이 겹친 11월 중순 청계산 등반을 하기로 계획했다. 후기리그 들어 유독 저조한 성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SK텔레콤이 이를 통해 극복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그만큼 김성제의 무단 외출은 게임단 기강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간 김성제는 1군에서 2군으로 강등되며 프로리그 출전권도 얻어내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팀 내 고참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한 점 또한 팬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10일 김성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팝스타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무단 외출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당일 SK텔레콤은 이통사 라이벌은 KTF매직엔스를 상대로 5연패를 당한데다 경기를 마친 후 팀 동료의 부친상까지 악재가 겹쳐 김성제의 개인행동은 당분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코칭스태프는 김성제에게 당분간 집으로 돌아가라고 엄명을 내려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김성제가 데뷔 이후 줄곧 주전선수 대우를 받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조치는 꽤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김성제는 평소 즐겨하던 미니홈피도 모두 닫은 채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자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 게임단도 상황 마찬가지
프로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때 아닌 집단발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선수들이 줄줄이 감기 몸살 등으로 응급치료를 받은 뒤 경기 출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아파 전력 손실이 심각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가을 감독은 “운이 나쁜 것인지 유독 출전을 앞둔 선수들이 몸 상태가 안 좋아 걱정이다”면서 “성적도 급격하게 하락해 사기까지 저하될까 염려 된다”고 털어놨다.

타 팀도 열외가 아니다. 지난 15일 한빛스타즈 한승엽(22, 테란)은 시즌 중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해설자로 나서겠다고 전해 팬들이 당황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승엽이 이전 소속팀인 STX-SouL에서 팀을 이적한 뒤 채 6개월도 되지 않아 은퇴를 선언해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변죽만 울린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여름 MBC게임 <코치사신기>란 프로그램에서 해설가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오가고 있지만 상대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은 것으로 알려진 한빛의 상황을 볼 때 시즌 중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한승엽은 “감독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새로운 도전이니만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선수 설득 작업 때문에 이름을 밝힐 수 없다고 전한 모 게임단 관계자도 당사자의 자진사퇴 의사로 황당해하고 있다. 이번 시즌 바뀐 팀 체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던 이 선수는 더는 활동할 의지가 없음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칭스태프는 꾸준히 설득해보겠지만 본인의사가 없는 이상 도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선수는 프로리그 11월 로스터 명단에도 빠져있어 당분간 경기장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방송사도 고민이 많다. e스포츠 리그 관련 소재 고갈로 시청률 하락이라는 시급한 숙제를 떠안은 온게임넷은 지난달 중순 방송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느슨해진 e스포츠 분위기 바로잡아 줘야
스타리그 출전 선수들을 분석하는 오락프로그램 <포커스 온 스타리그>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 레이싱 모델인 두 명의 MC가 프로그램 성격과 어울리지 않은 란제리 룩과 야한 포즈를 취해 관련 게시판에 제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방송위 경고 조치로 온게임넷 측은 프로그램을 내리고 서둘러 타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등 게임 방송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한편 MBC게임도 지난 5일 관중들의 소음을 차단하는 경기장 강화유리 파손으로 다음 열리는 프로리그 진행에 예상치 못한 피해를 봤다. 당시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화질이 좋지 않아 누구의 잘못인지 가려내기 힘들다는 게 MBC게임 측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관중들은 히어로 센터 밖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반기 시즌이 중기에 들어서면서 e스포츠계가 전반적으로 느슨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프로리그가 막바지에 이르는 내달 중순에는 다시 전체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작년 이맘때는  

굵직굵직한 사건 연이어 ‘팡팡’

- 개인리그 보이콧 선언·팬택 게임단 매각설 등 안팎으로 시끌시끌

작년 11월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이러니하게도 SK텔레콤은 1년 전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켜 눈길을 끌었다. 당시 프로리그 성적이 저조했던 SK텔레콤은 선수단 전원을 개인리그 예선에 불참시켜 방송사와 갈등을 빚었다. SK텔레콤 측은 프로리그 체제 개편과 집중을 위한 결단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스타급 선수들의 대거 불참 선언으로 손해를 본 쪽은 방송사임이 당연지사. 특히 MBC게임 측은 불편한 심기를 공개적으로 드러내 SK텔레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MBC게임 측은 “SK텔레콤의 이러한 처사는 협회와 논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행동이며 향후 e스포츠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시기에 이르러 위메이드 폭스의 전신인 팬택EX도 게임단 매각설이 처음 대두돼 또 한 번 관련 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당시 팬택EX 사무국은 회사 재정이 어려운 상태이긴 하나 매각은 결코 염두한 적 없다고 밝혀 파장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속팀 이윤열은 당시 스타리그 결승전에 출전해 3회 우승을 기록, 소속팀 매각설과 맞물려 팬들의 동정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사진 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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