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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패키지 게임 침체는 '자업자득'

  • 지봉철
  • 입력 2002.09.2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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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패키지게임이 침체되어도 온라인게임이 활성화되고 있으니 산업전체에는 큰 영향이 없지 않을까요?” 모 업체 사장이 던진 오늘의 화두다.

“한국 게임시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 2위에 게임유통업체로 올라선 것은 한국 시장 덕분입니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를 홍보하기 위해 내한한 세계적인 게임개발자 브루스 쉘리가 꺼낸 말이다.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확장팩에서는 우리나라의 신화도 삽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냥 입에 발린 말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게임개발사의 사장과 미국의 게임개발자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참으로 의아하다. 한곳에서는 PC패키지 게임이 안팔린다고 하고 다른 곳에서는 잘사줘서 고맙다고 하니 도대체 국내 게임시장의 현실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잘 고민하면 두가지 정도의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국산게임보다는 외산게임이 국내에서 더 잘팔린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국내 게임개발사와 해외 게임개발사의 인식상의 차이다.

즉, 국내 게임개발사는 PC 패키지게임을 포기했지만 해외 게임개발사는 더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시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첫 번째 경우가 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로 이어지는 해외 대작게임들이 국산 게임의 판매량을 감소시켰다고 말이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들이 아니다. 블리자드와 비벤디 유니버셜의 게임들이다. MS의 게임들은 적어도 국내 게임시장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이지 오브 킹스’, ‘던전시스’, ‘메탈기어 솔리드’ PC 판 등 MS의 대표 간판 타이틀은 많게는 20만장 이상 판매된 것도 있지만 적게는 몇천장이 판매된 경우도 있다.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발표된 대로만 따진다면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한빛소프트의 ‘하얀마음 백구’, 손노리-그라비티의 ‘악튜러스’ 만큼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루스 쉘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게임을 홍보하고 고맙다는 말을 한 것은 개발자들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가 국내 PC패키지 게임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이 악순환을 거듭해 게임개발사는 패키지 게임을 제작하지 않고 유통사는 개발사를 도와주지 못하고 판매상들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 근본에는 자신감 결여가 짙게 깔려있다. 세계시장에 내놓으면 팔릴 것 같지도 않고 국내 게임시장에서도 성공할 자신이 없는 게임사들의 자기 합리화가 바로 PC게임의 침체 운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생각들은 온라인 게임의 무한 경쟁을 야기시키고 있으며 좁은 시장은 더 이상 이같은 출혈 경쟁을 지탱시켜줄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속되면 게임사들은 당연히 몰락할 것이다.

패키지게임 침체를 운운하며 온라인게임을 개발한 사람들 덕에 국내 게임시장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가라앉고 있는 배에 서로 살자고 올라타고 있으니 같이 죽자는 말밖에 안된다. 자신감 회복이 국내 게임사들에게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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