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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보다 값진 TV 1대

  • 김동욱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08.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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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초창기 개발자들 중, 성공의 댓가로 10억원이 넘는 인센티브를 받은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또, 리니지급의 대히트가 아니더라도, 온라인게임의 성공으로 1억원 보너스를 받은 개발자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밖에도 고급 스포츠카를 받은 개발자의 이야기는 우리 업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제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일본으로 날아가 보자. 당시 일본은 우주로부터 날아온 침략자들에게 완전히 장악(?)당했다.
 UFO가 날아와 동경 시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황당한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침략자들은 바로 인베이더(Invader)였다. 30세 전후의 독자라면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오락실에서 해본 적이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78년 6월의 일이다. ‘스페이스 인베이더’라는 오리지널 작품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복제품이 불과 1년 사이에 일본에서만 40만대나 팔려나갔다. 
 단숨에 돈을 낚는 기계가 되어버린 인베이더는 1대 당 매일 3만엔 이상의 매상을 올렸다. 매달 25일을 가동한다고 치면, 월평균 70만엔의 매상. 당시 인베이더의 가격은 대당 40만엔이었기 때문에, 단 1개월만에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돈을 낚는 게임기라는 소문이 나자, 국회의원을 비롯해 야쿠자들까지도 인베이더를 구매해 부업을 했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100엔짜리 동전을 옆에 쌓아두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우리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인베이더의 열풍은 사회적 기(奇)현상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도 인베이더 게임기가 빨아들이는 100엔짜리 동전이 얼마나 많았는지, 엔화를 찍어내는 일본은행이 “시중에 100엔짜리 동전이 부족하다”라고 할 정도였단다. 
 이렇듯 인베이더는 1978년 여름부터 다음해 9월까지 아케이드 게임을 일반인들에게 전파시키면서 산업적 기틀을 마련해갔다.  

 ‘인베이더’를 만든 사람은 타이토의 엔지니어였던 니시카도 토모히로였다. 그는 당시 유행했던 ‘벽돌깨기’를 뛰어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기획과 제작,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해냈다.  
 벽돌깨기의 쾌감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 타깃은 블록같은 무생물이어서는 곤란하다. 인간이나 동물을 타깃으로 삼아서는 거부감이 있을 것이다. 스타워즈 영화가 유행이니까 우주인을 타깃으로 하자. 유저가 일방적으로 쏘는 패턴보다는 우주인도 나를 공격하는 쌍방향으로 기획해보자.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은 지 10개월만에 ‘인베이더’는 완성됐다. 
 그러나 출시 전 사내 발표회에서 ‘인베이더’는 혹독한 비평을 받게 된다. 이유는 쌍방향이라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슈팅 게임은 유저가 일방적인 공격을 해야 하는 것이었고, 상대방이 공격해오는 게임은 쉽게 게임오버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 나온 ‘인베이더’가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포인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쌍방향성 때문이었다.

니시카도가 요즘 시대의 개발자였다면, 아마도 수억원의 보너스는 물론이고 게이머들에게 존경받는 유명 크리에이터라는 명예까지 거머쥐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보너스같은 것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개발한 게임을 많은 사람들이 즐겨준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을 뿐. 
 돈을 낚는 기계 ‘인베이더’를 개발하고 나서도 그의 생활은 달라진 게 없었다.  회사로부터 받은 금일봉 10만엔으로 어머니에게 최신TV 1대를 사드린 게 전부였다.

성공 후에는 누구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발전과 개발자로써의 자존심이 우선이었던 것 같다. 인베이더의 일화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갖는 요즘 개발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 사람의 순수한 장인정신이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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