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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원폭의 동생?

  • 김동욱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09.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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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 차기, 땅따먹기. 사실 요즘 애들에게는 꽤 생소한 것이고, 그 놀이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관심조차 없을 게 뻔하다. 하지만 성인이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해봤던 추억의 놀이가 이것이다.   

전통놀이 중 하나인 제기차기는 약 2천년 전 당시 중국의 병사들이 무술연마를 위해 발차기를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 땅따먹기는 봉건 제도 하에서 농민들이 한 치라도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싶다는 소망을 놀이로 표현 데에서 파생된 것이란다.

이렇듯 모든 놀이에는 그 태동의 이유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대표적인 놀이문화로 일컬어지는 ‘게임’은 어떤 연유로 만들어진 것일까?

다양한 관련 서적에서 밝히고 있는 게임의 태동은 다소 의외지만, 역사적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

게임의 태동은 놀랍게도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부터 기인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원자폭탄 개발 계획 ‘맨하탄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 이 프로젝트에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청년 한사람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가 바로 종전 후, 세계 최초의 게임을 만든 ‘윌리 비긴보섬’ 박사다. 그는 당시 코넬대학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맨하탄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비긴보섬 박사는 전자부문을 담당했고, 원자폭탄의 폭발을 제어하는 회로를 직접 설계하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49년 전인 1958년. 게임이라는 유희의 도구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다. 그것은 지금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었지만, 종교에 빗대보면 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 정도 되는 존재일 법하다.

비긴보섬 박사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에 재직하게 된다. 연구소는 매년 가을 지역 주민들에게 연구의 목적과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공개 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러나 단편적인 사진 등으로는 주민들에게 명확한 설명을 하기가 꽤 어려웠다. 비긴보섬 박사는 고민 끝에, 맨하탄 프로젝트를 통해 습득한 원자폭탄 제어 회로의 노하우를 활용하게 된다. 작은 아날로그 컴퓨터에 5인치의 둥근 브라운관 화면을 연결해 볼이 옆으로 왔다갔다 하는 일종의 테니스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후 연구소를 찾는 견학자들에게, 이 게임은 명물이 되었고 연구와 안전성을 증명하는 데에도 큰 효과를 보게 됐다.

원자폭탄과 게임은 전쟁에 이용된 도구와 유희의 도구라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지만, 첨단 과학의 산물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다. 

이 게임의 개발은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거의 희박하다. 그것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비긴보섬 박사의 특별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후세의 평가는 “2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악마적인 과학의 산물인 원자폭탄을 만든 개발자가 그 반대급부라 할 수 있는 유희의 놀이를 만들어 인류에게 사죄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비긴보섬 박사의 헌신적인 행동이 이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는 듯하다. 게임은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발명품임에 틀림없었다. 연구소는 통상적으로 새로운 개발품에 관해서 특허를 취득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나 박사는 특허 신청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그는 게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미 그 당시에 간파하고 있었다. 국가 기관이었던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명의로 특허 신청을 하면, 그 권리는 국가에 귀속되고 정부의 특허권이 너무 강해서 게임을 개발할 때마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하는 절차 상의 까다로움을 예견한 것이다.

만일, 비긴보섬 박사가 그때 게임을 특허 신청했더다면, ‘콘솔 왕국 일본’, ‘온라인게임 강국 한국’이라는 오늘날의 등식이 성립될 수 있었을까?

어쨌든, 원자폭탄과 기묘한 인연의 끈으로 연결됐다가 매듭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 게임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조상이 없는 후손은 있을 수 없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우리 할아버지가 누구였는지 정도는 알아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정리의 시간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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