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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양심을 살해한 개발자들의 만행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7.12.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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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 게임 개발에 투신한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결코 예술성을 고집할 수 없다. 상업성도 배제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 안에 ‘재미’라는 공통분모까지 녹여내야만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수많은 개발자들이 밤잠을 설치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니 매진한 때가 있었다.

게임 명가 J사. 게임전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10년 넘게 바닥에서부터 내공을 다져온 건실한 게임사다. 당시의 여타 게임사들과는 달리 패키지 시대를 건너, 온라인 시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10년 위업은 불과 1년 만에 무너졌다. 헛된 명성에 속아 어느 한 국내 유명 개발자를 영입하고 그를 게임 총책으로 삼은 것이 주된 패인이다. 그는 자신의 수족들을 불러 모았고, 개발 일정마저 뒤엎었다.

명분은 존재했다. 바로 ‘완성도’가 그것. 그는 자신의 이름값에 걸 맞는 게임 완성을 목적으로 삼은 듯,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재정 파탄에 빠졌다. 대표이사는 돈을 빌리기 위해 사채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개발 진척률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개발자들과 개발총책을 뒤따르는 무리들 간의 알력 싸움까지 벌어졌다. 반목은 분란으로 이어졌고, 게임은 계속해서 연기됐다. 결국 해당 게임사는 게임을 포기했다. 이 사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개발자들 중 일부는 게임 ‘소스’를 판매키 위해 발품을 팔았다. J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W사의 개발진 중 한 팀은 개발중인 ‘소스’를 무기 삼아 수개월째 팀 단위의 이직을 타 게임사들과 논의 중이다. N사의 개발진들은 이 보다 더했다. 개발에 맞춰 소스 유출을 계획, USB 드라이브에 담아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회사는 망해도 사장은 산다’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에서는 이러한 말이 통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 하나에도 목숨 건 사장, 개발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를 대신해 ‘게임사는 망해도 개발자는 산다’는 새로운 공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 제 코가 석자였던 시대. 오히려 개발자들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미답의 영역에 과감히 몸을 던졌다. 이들은 사주와의 계약 보다 유저와의 약속을 중시해왔다. 하지만 게임산업이 영화산업을 추월한 현재, 이들의 정신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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