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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문법

  •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09.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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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그 시절, 우리들이 가장 먼저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것이 무엇일까? 그렇다 바로 영문법이었다. 물론 이 학습법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지만 결국 우리들은 외국어 공부를 문법부터 시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게임을 처음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문법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서적이나 연구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울티마온라인을 개발한 유명 게임디자이너이자 MMORPG개발자로서 꽤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라프 코스터’ 씨가 얼마전 한 포럼에서 게임 문법이란 것에 관해서 강연한 적이 있다. 그는 게임이란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는 타이틀"이라고 전제한 후 처음 게임 개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주의해야 할 몇가지 항목에 관해 언급했다. 꽤 흥미로운 이야기라서 이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다.

 큰 줄기를 벗어나지 마라
게임은 플랫폼을 불문하고 어떤 장소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의 큰 줄기가 명확하게 정해지면, 그와 관련된 부수적인 것은 아무리 바꾸어도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게임 유저가 가상의 구단주가 되어서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판타지풋볼’같은 게임도 핵심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야구나 축구 등 어떤 스포츠 장르에도 쉽게 적용시킬 수 있다.

 버튼은 한 개만으로 충분하다
최근 게임들의 조작은 매우 복잡하다. 1972년에 등장한 ‘퐁’은 아날로그 버튼이 1개, 7년후에 등장한 아타리시스템은 버튼이 3개, 1985년에 나온 패미컴은 6개의 버튼이었던 것이 1994년 플레이스테이션 시대에 들어와 14개의 버튼이 됐다. 시대가 흘러 게임이 난해해지면서, 조작이 복잡해졌지만 이는 결국 초보 게이머들에게는 높은 장애물이 됐다. 조작이 복잡하다고 해서 게임이 반드시 재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유를 줘라
FPS같은 매우 신속하게 전개되는 리얼타임 게임을 통해 긴장감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의 취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액션과 리액션의 반응이 매우 빠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FPS도 턴방식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모든 게임은 유저에게 순간적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줄 필요가 있다.

 빨리 결과가 나와야 한다
모든 게임은 반응이 빨라야 한다. 모든 게임 유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그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테트리스나 비주얼드 같은 게임이다.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시켜라
최근의 추세가 유저들끼리 대전하는 경쟁 구도의 PvP방식이다. 그러나, 레이스 장르와 같이 다른 유저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는 패러렐(Parallel)게임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다른 유저와 전면적으로 대립하는 방식의 PvP는 단기적으로는 어필할 수 있지만, 장수할 수는 없는 구조이다. 양측의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MMORPG에서의 레이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보존해야 한다
모든 게이머는 자신의 프로필과 게임의 결과를 세이브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이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  

 클래스는 필요 없다
대부분의 MMORPG에는 클래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클래스로 구분짓는 것은 유저가 게임을 체험하는 폭을 대폭 축소시켜버린다.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게임개발도 노력하지 않고 지름길만을 찾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오랜 개발 경험에서 우러나는 라프 코스터 씨의 말들은 왠지 그냥 흘려버리기엔 아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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