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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결혼식

  • 하은영 기자 hey@kyunghyang.com
  • 입력 2008.09.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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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중 하나는 기업과 기업의 인수합병 소식이다. T3엔터테인먼트와 한빛소프트의 인수 소식에 이어 웹젠과 NHN게임즈 역시 한 솥 밥을 먹게 됐다. 여기에 한국게임산업진흥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그리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통합소식까지 합세해 업계에는 또 다시 통합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의 융합에 따른 콘텐츠시장의 단일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문화기술에 대한 개발역량을 확대한다는 의지로 3개 기관을 합친 통합콘텐츠진흥원(가칭) 설립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업계에서는 전문성 상실과 각 분야의 위상이 약해진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말 개최된 토론회는 통합대상기관 직원들과 노조 조합원들의 저지 탓에 토론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게임과 방송, 그리고 문화콘텐츠 각 분야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문화기술 관련 산업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면 통합은 분명 반길 일이다. 그러나 시너지효과를 담보로 통합을 감행하기에는 아직 각 분야의 전문성도 보장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통합안에 대한 정부의 준비조차도 미흡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이 하나로 뭉쳐진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그 보다 각 분야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전문성을 키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통합을 감행한다는 것은 결국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어 성장의 기틀마저 흔들리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산업간 시너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각 분야간 전문성이 충분히 갖춰졌을 때 논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제 막 산업으로써 기틀을 다잡아가기 시작한 게임산업이 통합이라는 이름하에 또 다시 전문성을 잃게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기술과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콘텐츠 진흥기관 선진화 방안을 논하기 전에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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