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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대통령

  • 김동욱 편집국장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7.1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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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선을 통해, 드디어 대권에 도전할 후보가 결정됐다. 곧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금전적 사기 방지와 정부의 효율적 운영, 경찰 기구 재편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들마다 정치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누가 최후에 웃을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정동영 후보나 이명박 후보 등 대선주자들은 어떠한 정치적 영향력이나 발언을 할 수 없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알아챘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건,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이야기이다. EA에서 출시한 ‘심즈온라인’의 가상 세계에서 몇년 전 있었던 일이다. 알파빌딩 정부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되어, 게임 속 신문인 ‘알파빌딩 헤럴드’가 보도한 내용이다. 

사이버 세상 속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지도자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그들은 지도자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미스터’라는 호칭을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붙여준다. 현실 사회에서는 남자라면 누구나 ‘미스터’라고 불리지만, 심즈온라인에서는 대통령만이 ‘미스터’라고 불리운다.  

‘아서 베인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심즈온라인의 초대 대통령은 “저는 언제나, 우리 정부는 시티심(게임 속 시민 플레이어들을 지칭)들의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모든 정책을 결정합니다”라고 말한다.

베인즈 씨가 이끌었던 알파빌딩 정부는 게임 속 플레이어들에게 사실상의 행정기구로써 인정받았다. 베인즈 씨가 정부를 설립한 것은 2003년 4월의 일이다. 그는 일부 플레이어들이 알파빌딩에 처음 들어온 초보 게이머들을 속여서, 게임 내 화폐인 ‘시모리안’을 강탈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보호단체를 만들었다고 한다.

심즈온라인 속의 대통령선거에서는 언제나 사기 행위로부터 초보 게이머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다.

그 만큼, 후보자들은 진지하다. 알파빌딩 정부라는 것이 어찌보면, 단순한 커뮤니티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가볍게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게임의 질적인 성장과 유저들간의 행복한 커뮤니티를 위해서는 현실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치밀한 관리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파빌딩 정부가 범죄자를 체포해서 감옥에 가둔다거나 벌금을 부과한다거나 하는 처벌은 불가능하다. 유저들에게 쾌적한 게임 내 환경을 제공하고, 사기로부터 지켜주는  노력을 그저 인정 받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미스터가 되기 위한 경쟁은 꽤 치열한 것 같다.

일부 MMORPG 내에서 단순히 강함의 상징인 ‘군주’가 되려는 것과는 차원이 조금 다르다.
미스터에 지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알파빌딩 정부는 시민이 된 지 125일이 경과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과 정부의 헌법에 관련된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게이머에게만 입후보 자격을 주고 있다. 특히 초보 게이머 시절, 사기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입후보자가 많은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인 듯하다. 저레벨 시절 PK를 당했던 경험을 나중에 앙갚음(?)하고 말겠다는 일부MMORPG의 왜곡된 경쟁 심리와는 철저하게 달라 보인다. 

우리 대통령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다. 올해도 꽤 많은 후보자들이 출발선에서 운동화 끈을 조여매고 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무조건 되고 보자는 생각으로 지키지도 못하는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이 이번엔 없었으면 한다. 하물며, 게임 속 대통령 후보들도 저렇듯 확고한 소신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선거에 임하고 있는데 말이다.

우리 후보들에게 온라인게임을 플레이 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게임 속에선, 그 어느 공간보다도 솔직 담백한 민의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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