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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33회] “프로젝트 기획만 5년입니다”

  •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소싱팀장 김성진 harang@neowiz.com
  • 입력 2008.11.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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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획만 장장 5년에 걸쳐서 작성한다니, 웬만한 장맛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노력과 정성인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개발자 가운데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심사숙고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아이디어로 뚝딱거리며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내는 문서로는 상대가 안 된다. 국내 개발자들도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 고생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5년과 비교할 바는 못 될 것이다.


물론 제작 환경의 차이에서 오는 요인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겠지만 작품의 질적 차이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다. 이것은 세계 유명 대작을 접하면 감탄사가 물처럼 쏟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해당 개발자는 5년 동안 살아가면서 다양한 게임과 인생 경험을 하고 여행도 하면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요소들을 기획서에 조금씩 녹아 낸다는 것이다. 세밀한 콘텐츠와 작은 시스템부터 시작해 게임의 거대한 줄기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렇게 쌓이고 쌓인 내용들을 하나의 기획으로 탄생시킨다. 숙성에 숙성을 거듭해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훗, 어쩐지 그들의 게임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싶었다. 왜 같은 시스템과 비슷한 콘텐츠인데도 보이지 않는 차이가 생기나 싶었더니 숙성의 차이였다. 게임성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 우연이나 개발비가 아니라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몇 년의 시간을 갈고 닦은 집념과 열정이 깃들여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스포어’도 윌 라이트가 장장 7년 동안 개발에 공을 들여 만들었다. 코드를 짜고 그래픽을 입히는 작업이 7년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것만 몇 년이 걸린 것이다. 7년 동안 만들었다는 부분에 누구 하나 신경 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차이에서 작품성과 완성도가 좌우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도 몇 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과 그래픽의 문제다. 또 인력 이동에서 발생하는 난감함도 외면할 수 없는 장애물이다. 초기 기획이 어그러지고 점차 기형적으로 달라지는 사례는 온라인게임 바닥에서 한두 번 일이 아니다. 만들면서 엎고 갈고 리셋하는 이유는 모두 기획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컨대, 2009년은 MMORPG의 대격전이 벌어질 것이다. 전쟁은 벌써 벌어지고 있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한꺼번에 몰린 탓에 유저들은 선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겠지만 업체들은 고난의 행군을 벌어야 한다. 이 승부도 누가 얼마나 더 고민하면서 기획을 짰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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