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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47회] 경영 전문가와 게임 전문가

  •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소싱팀장 김성진 harang@neowiz.com
  • 입력 2009.0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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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얘기가 여기까지 흘러가게 되는군(지난번에 언급했던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부분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흥미진진한 관계자들의 속내와 함께 꺼내 보이도록 하겠다). 고작 월급쟁이 신분 주제에 업계 CEO의 자질에 대해 한 마디 하려고 하니, 타이핑하는 손가락이 절로 떨린다.


게임사 사장이나 대표이사들은 딱 2가지로 분류된다. 학력과 외모가 아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과 콘텐츠를 깊숙이 파악하고 있는 유저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경영과 재무에 대해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게임 마니아 수준까지 도달한 임원이란 꿈의 인물이겠으나 사실상 지금까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게임사는 다른 업종과 달라서, 말단 사원부터 중간 관리자까지는 입사 전에 이미 많은 지식을 쌓고 있어야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용어와 이름들이 외계어 처럼 들리고 장르 구분도 스스로 못한다면 엄청난 고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대표이사 혹은 임원들까지도 전문적인 게임지식을 줄줄 외우고 있어야 할까. 게임에 대해 거의 모르면서 한 게임사의 최고 수장으로 앉아도 별 문제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게임사도 역시 성장을 위해서는 조직 관리와 리더십을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아야 할 지 궁금한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결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도 모르며 사례를 통해 가늠할 수밖에 방법이 없다.


국내 정상의 게임사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게임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넥슨의 김정주 회장(?)은 초창기에는 개발자였고 개발 부서의 입김이 강한 회사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대표이사는 비전문가였다. 한 때 전성기를 누렸던 웹젠, 그라비티를 보면 이수영 사장과 김정률 회장이 역임할 때와 그렇지 않은 시기를 비교하면 위상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NHN은 게임사로 포함시키기가 곤란한 곳이며 엠게임은 개발자 출신, 다시 말해 마니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스타개발자라 일컫는 김학규, 송재경, 이원술, 김태곤 등 유명 인사들이 소속된 회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이상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전문경영인 혹은 비 마니아 임원들이 회사의 부흥에 도움이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높다는 사실이다. 비유를 하자면, 군대의 총사령관이 전군에서 가장 총을 잘 쏘는 군인은 아니며, 히딩크가 세계에서 가장 드리블을 잘 해서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출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게임 산업이 특수성을 짙게 띄고 있는 곳이라도 경영은 경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게임 전문가처럼 경영에도 전문가가 존재하고 그들이 판단하는 전략적 상황들이 시장성과 연계돼 발생된다고 인정해야 한다.


수많은 작품을 보고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비게임 전문가로 채용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자가 여전히 적지 않다. 게임은 결국 콘텐츠에 의해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 확실한데, 생뚱맞은 인물이 높은 자리에 있어야 회사가 잘 되니, 여기도 산업화가 되긴 되나 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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