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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자존심 ‘열혈강호’가 지킨다

  • 지봉철 기자 janus@kyunghyang.com
  • 입력 2004.12.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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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게임들의 대 공세가 시작됐다. 첫 신호탄이 된 게임은 KRG소프트가 개발하고 엠게임이 퍼블리싱하는 ‘열혈강호’. ‘열혈강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상승세 속에서도 과감하게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 첫 주말 동시접속자수가 4만명에 육박하는 대 성공을 거뒀다.

300만부 이상 팔린 원작만화 ‘열혈강호’의 후광이 뒤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긴 하지만 ‘와우’의 상승세를 피해 오픈일자를 살짝 뒤로 연기한 국내 게임업체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이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마케팅비로 무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트들의 대 공세를 막아낸 영화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와우’같은 서양 블록버스터 게임에 대한 대안은 역시 ‘한국형’ 게임이란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국형게임 ‘와우’등 외산 블록버스터 게임에 대안으로 떠올라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형 게임들은 ‘와우’등이 갖추지 못한 우리만의 정서를 담고 있다. 엠게임(대표 박영수)의 ‘열혈강호’는 정통 무협만화의 틀을 깬 원작처럼 기존 무협 온라인게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코믹하면서도 독창적인 줄거리를 갖추고 있다.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은 블리자드의 ‘와우’가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와중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엠게임의 ‘열혈강호 온라인’은 동명의 만화를 소재로 한 코믹액션 게임으로 지난 주말에만 3만6000명의 동시접속자수를 기록했다. 오픈베타 첫 주말에 20만명의 가입자가 몰리면서 게임서버 마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엠게임은 웹서버를 확충하고 게임 서버를 기존 12대에서 2배가 넘는 30대로 늘렸으나 이 또한 감당하지 못해 최근 10대의 서버를 추가로 증설했다.

또 랭키닷컴 순위에서 시범 서비스 개시 6일만에 넥슨의 ‘마비노기’를 제치고 온라인게임 점유율 및 방문자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엠게임은 1일 별도의 성인 채널을 오픈하고 대대적인 광고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연말 성수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 내 서비스와 영업을 승인하는 ‘판권번호’를 획득, 해외에서도 인기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마비노기’ 제치고 1위 등극

‘비엔비’의 계보를 잇고 있는 드림미디어(대표 유왕윤)의 신작 캐주얼게임 ‘통스통스’도 ‘열혈강호’와 함께 토종게임의 자존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통스통스’는 일주일만에 10만여 명이 가입하고 한꺼번에 수천명의 사용자들이 몰려 게임서버가 멎어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드림미디어는 신속하게 서버를 추가하고 게임 채널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드림미디어의 ‘통스통스’는 토속적인 12지신을 캐릭터화 했다. 12지신 캐릭터 가운데 하나를 선택, 대전을 벌이는 게임으로 넥슨의 ‘비엔비’와 ‘포트리스’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게임은 현재 아동과 10대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등장한 캐주얼 게임 가운데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초중고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중순부터 가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추가 서버 증설에 나서는 한편, 아동과 청소년 대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또 게임전문 케이블TV 온게임넷과 퀴니, 애니메이션전문 채널 투니버스 등을 통해 본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설 방침이다.

드림미디어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이머의 취향이 하드코어 게임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한국형 코믹 장르로 옮겨가고 있다”며 “통스통스나 열혈강호온라인 등이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어 올 겨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1인칭 슈팅(FPS) 게임분야에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PC방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토종 게임인 ‘스페셜포스’가 외산 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이하 카스)를 압도하고 있는 것.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회장 김기영, 이하 IPCA)는 최근 ‘스페셜포스’가 PC방에서 FPS장르 점유율 75%이상을 차지하며, 외산 게임인 카스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스페셜포스’는 ‘카스’ 압도

PC방 전문 게임순위 집계 사이트인 ‘게임트릭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FPS분야 순위에서 스페셜포스가 78%를 점유해 카스 게임류인 스팀서비스(7%), 카스(2%), 컨디션제로(0.1%) 등의 총합을 크게 앞질렀다. 또 PC방 커뮤니티인 ‘네티모’에서도 전체 게임 대비 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스페셜포스가 FPS 분야 1위, 전체 게임순위 5~6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카스는 0.44%의 점유율을 보이며 10위권 내에 머물렀다.

토종게임들의 이같은 선전은 게임과 함께 엔테테인먼트 분야의 양대축인 국내 영화계의 예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흥행 영화들이 한결같이 지니는 특징은 우리 자신의 역사와 경험에 관한 것들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 우리 정서에 맞는 소재를 발굴해서 과감하게 투자한 것 등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그런 영화가 없지 않았으나 과거의 것은 교과서적이었으며 문화적 영화적 상상력이 빠져 교훈적인 내용으로 흘렀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의 정서와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야’

‘열혈강호’ 등의 성공은 게임에서도 우리의 정서가 흥행에 지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서양의 정통 판타지를 세계관으로 주로 한 국내 게임업계의 체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게임의 모방 수준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문화적 상상력이 기반이 된 토종게임들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애국주의와 한국적 정서라는 은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폭발적인 반응도 기대할 수 있다. 1999년 한국경제가 파산했을 때, 충무로를 기웃거리던 대기업 자금이 슬금슬금 빠져나가고 있을 그 무렵에, 토종 관상어 쉬리의 출현은 한국영화계의 축복이었다. 구원이었다.

쉬리의 속명(屬名)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2004년 현재 국내 게임업계의 외산게임인 ‘와우’의 파상공세에 주춤되며 휘청거리고 있을 무렵, 한국형 게임 ‘열혈강호’, ‘통스통스’, ‘스페셜포스’의 성공은 국내 게임산업의 선봉으로 떠오르고 있다.

[ Side Story ] 영등위 “한국사 왜곡 절대 안돼”
남 북한의 현재 정세나 역사를 왜곡한 게임들이 잇따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등급보류 판정을 받고 있다. 영등위는 최근 한반도 역사를 잘못 표현한 일본 코에이의 PC 게임 ‘삼국지10’과 북한에 침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유비소프트의 ‘고스트리콘2’에 대해 각각 30일, 90일의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다. 이는 올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이 역사 왜곡 및 북한 소재 게임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제기 후에 나온 결과다.

이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를 잘못 표현하는 외산 게임들이 국내에서 발매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국지10’은 한반도 근처의 군사거점으로 낙랑(樂浪)이란 지명을 사용한 것이 한반도를 마치 중국 영토의 일부처럼 보이게 해, 역사 왜곡과 문화 주체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못했다.

‘고스트리콘2’의 경우 북한 군부의 강경파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고 핵무기를 동원해 전쟁을 일으키려 하자, 미군 특수부대가 투입해 이를 저지한다는 식의 설정을 해놓고 있다. 또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등 게임 이용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코에이코리아 측은 “본사와 협의를 통해 게임 내용의 수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비소프트 측은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 없고, 국내에서는 ‘고스트리콘2’를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해 “게임 속의 역사왜곡에 관심을 갖게 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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