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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48회] 귀동냥으로 접한 일본 업체들

  •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소싱팀장 김성진 harang@neowiz.com
  • 입력 2009.03.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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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소문을 접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일본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진진할 때가 적지 않다(다음번에는 중국도, 후후). 소문이란 게 원래 좋은 말보다는 나쁜 말이 더 구미가 당기고 재미있는 법. 순전히 귀동냥으로 들은 일본 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집결시켜 보자.


첫 번째는 고집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사실,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치고 안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만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창작품을 빚어내는 인물들에게 고집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터.


그런데 유독 일본 개발자와 업체에 대해 고집이 세다고 말을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계자들의 이해심이 낮아서가 아니라 먼저 길을 떠난 리더의 입장에서 조언하는 가이드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답답함이 ‘고집이 세네요’라고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온라인게임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시행착오가 벌어졌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많은 사람들이 유저들을 이해시키기 힘든 콘텐츠와 시스템 등 여러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일본 업체들은 우리가 걸었던 고난의 행군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안타까운 마음에 지름길을 말해 주면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일본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면모를 잘 모르고 있다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 콘솔 패키지들은 오래 전부터 대부분 멀티플레이가 가능했다. 차세대 게임기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이러한 옵션은 당연히 포함돼 발매되고 있는데 이 같은 ‘모드’와 국내 PC 온라인과의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갈등의 포인트다.


두 번째는 소심함이다. 뭔가 한 건 크게 터뜨리기 위해 실험이나 도전을 하기 보다는 이미 검증된 돌다리만 건너기를 원한다는 소리다. 이것도 시각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마치 대변인 같군).


이제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PS3나 Xbox360용 타이틀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1,000억원 정도의 제작비가 필요하다. 최근 발매된 ‘GTA4’는 1억 달러가 들었다고 공식 발표까지 했다. 입이 쩍 벌어지는 금액이지만 차세대 게임기들의 성능이 워낙 좋아 이를 맞춰 주기엔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 금액의 수위가 남다르기 때문에 순식간에 회사가 부도날 여지가 있고 따라서 정도를 벗어난 개발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콘솔 게임들이 대부분 시리즈로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일본 업체들이 소심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고 봐야 정확하다. 그런데 이 같은 콘솔의 조심성을 기반으로 PC 온라인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우리와 방향성이 다르고 답답할 수밖에 없다.


많은 업체들이 일본 회사와 함께 작업하면 힘들다고 털어 놓는다. 그들의 I·P와 콘텐츠가 탐이 나서 계약을 맺고 막상 실무로 돌입하면 머리가 어지럽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본 콘텐츠와 연관된 온라인게임들의 성공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니, 언제쯤이면 한·일 합작의 멋진 작품이 나올까.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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