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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68회] 고정된 사고방식을 버린다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09.08.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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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소문에 불과하지만, 블리자드가 새로운 MMORPG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배경은 우주과 지구인 간의 대결을 그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에는 ‘스타크래프트’ MMORPG가 등장하는 것이냐며 웃는다. 이것이 사실이든, 허황된 루머이든 아주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웃을 일이 아니다.


잠시 말을 돌리자. 우리나라 최대의 흥행작은 역시 ‘리니지’이다. 이 외에도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세계 곳곳을 누비는 효자 게임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들의 사고방식은 여기서 멈춘다. 시리즈를 연달아 만들어 내는 작업 외에 그 이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리니지’가 MMORPG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면 충분히 다른 장르로 진출해 브랜드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왜 MMORPG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실시간 전략 ‘리니지’나 대전격투 ‘리니지’, 퍼즐도 분명 가능할 것이고 웹게임으로 구성하는 일도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본다. 이미 탄탄한 배경스토리와 각종 설정이 완성돼 있어 장르적 장치만 스스로 극복한다면 수월하게 진행될 여지가 크다.


블리자드를 다시 보자. 그들은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다. 처음 만든 MMORPG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이다. 차기작의 배경은 ‘스타크래프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FPS를 제작한 이력도 있다. 어떤 게임을 구성하고 시작하기에 앞서 블리자드는 자신들의 자산에서 시작한다. 그것이야말로 경쟁력이고 거친 비포장도로가 아닌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본임을 아는 것이다. 감히 예언하건대, 앞으로도 블리자드는 결코 위의 3가지 작품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고 장르와 플랫폼을 적절히 이용하는 전략만 구사해 나가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유행과 트렌드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다. 그런 이유로 자꾸만 다른 무엇을 찾기 위해 허망한 일을 벌인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분명하게 역할 구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개발사가 만능 스포츠맨이 아닌 것처럼 퍼블리셔도 슈퍼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가 아니라는 점을 각성해야 할 것이다.


성숙하지 못한 산업과 소화되기도 전에 성장하는 컨텐츠 스피드에 온라인 게임들은 고정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MMORPG의 시스템이 정형화돼 있다. 잘 되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따라하기 때문에 개성있는 온라인 게임이란 찾기 힘들다. ‘던전앤파이터’가 성공하면 이와 유사한 게임을 찾고 ‘크로스파이어’가 동접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FPS에 대한 투자와 개발사 인수까지 적극 검토한다.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생된 마켓을 쫓아 가기만 하는 형국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중국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리스크가 높고 잘 모르겠다면 소유한 자산만 활용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왜 매번 제로에서 시작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횡스크롤 액션RPG ‘리니지’가 왜 없는지 생각해 본 어느 흐린 날의 오후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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