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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71회] 유럽의 심장 꿈꾸는 ‘독일’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09.08.3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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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TS라고 근 십여년 전에 영국 런던에서 개최되던 게임전시회가 있었다. 지금은 관계자들의 뇌리에서 완전히 사라진 존재이나 당시에는 세계 3대 게임쇼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실제 방문해 보면 3대 전시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규모가 작고 초라하기만 했다. 온라인 게임은 눈을 씻고 찾아도 당연히 없었고.


그러나 유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시장의 규모면에서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통을 지닌 스튜디오로 여럿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그 심장의 역할을 이젠 독일이 가져 가려고 한다.


급격히 성장한 게임스컴과 게임컨벤션은 세계 최대의 퍼블리셔와 개발사들이 참여하면서 위상이 갈수록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이다. 이름도 낯선 라이프찌히와 쾰른이라는 도시지만 동양의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나 잘 모르는 듯 하다. 알고 보면 2000년 동안 유럽의 중심지였고 현재도 철도의 중심지라고 하니, 어디 시골의 농삿꾼이 재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듯한 인상은 우물 안 개구리의 시야에 불과한 것이다.


쾰른의 게임스컴 분위기는 진지함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부스걸 벗기기 경쟁은 단 한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게임에 집중돼 있으며 창조자들이 선보이는 신세계에 유저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던진다. 요란한 이벤트나 경품 뿌리기 경쟁도 없다. 게임을 즐기고 그 속에서 충만한 마음을 느끼는 유저와 개발자들만이 가득 차다. 어쩌면 게임전시회가 가져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추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게임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이상, 어느 정도의 눈요깃거리는 던져야 할 여지가 있지만 쾰른에선 전혀 관심없다는 태도이다. 검소하고 수수한 독일 사람들의 분위기가 십분 반영된 이유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사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게임쇼에서 왜 부스걸에 집착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해야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게임과 아무런 관계없는 사람들이 대포만한 카메라와 렌즈를 들고 여자들 사진만 찍어대는 모습이 결코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형 아파트 단지 하나는 거뜬히 지을 수 있는 광활한 대지에 건설된 컨벤션 센터는 하나의 공원 같은 인상이 짙다. 비즈니스와 일반 관람객을 모두 포용하는 시설과 구조는 미국의 E3와 일본 TGS보다 짜임새가 높다. 중국 차이나조이와는 비교할 것도 없고.


게임 등급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잣대를 지닌 독일이지만 유럽의 패권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고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세계 최초 공개하는 장소로 게임스컴을 선택한 장면만 봐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말로 부럽고 꿈 같은 일이다.


물론 목이 마른 시점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혜성같이 나타나 게임 업체들을 끌어 모았던 원인이 가장 크겠지만 결정하는 당시에는 판단자의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정신이 오늘날의 게임스컴을 만들고 앞으로 전망도 밝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리라.


덧붙여, 해외의 생소한 도시를 찾아 가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외국인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국제’ 전시회 개최 장소를 내키는대로 바꾸는 멍청한 짓은 단연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편견이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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