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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의 게임속으로 72회] 엔진, 구입이냐 개발이냐

  • 김성진(게임평론가) harang@gmail.com
  • 입력 2009.09.0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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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하게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용한 진실을 하나 말해야겠다. 바로 게임 엔진에 대한 것이다.


이제 유저와 업계 관계자들은 언리얼 엔진 3를 구입해 개발하면 어떤 비주얼로 나타나는지 안다. 크라이텍 엔진 2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이 두 명품들은 매우 우수한 그래픽과 수준 높은 퀄리티를 보장해 주지만 컴퓨터의 사양을 매우 높게 잡지 않으면 뛰어난 레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아는 내용이다.


조금 더 나가면, 아무리 클라이언트의 최적화를 이뤄도 컴퓨터의 사양이 최고 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 마니아라면 피부로 느끼는 점이다. 개발사와 유통사가 밝히는 권장사양은 대부분 맞지 않으며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항상 그 보다 더 높은 사양을 조립해야만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게임의 권장사양을 믿는 유저도 별로 없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엔진을 구입해 개발한 경우에 빈번하게 발생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진실에 한발 더 나간다면, 엔진 구입은 결코 하지 말아야 될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는 것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실제로 유명한 엔진을 비싼 돈으로 구입해 개발한 온라인 게임들은 대부분 어려운 길을 걸었고 현재도 걷고 있다. 실무 개발자들은 엔진 분석에만 6개월에서 일년 이상을 소비한다. 엔진을 직접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해를 하고 나면 엔진을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에 적합하도록 다시 튜닝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발은 앞의 모든 과정을 다 포함한 것이며 개발 기간이 매우 길었지만 막상 발표된 온라인 게임의 실체가 매우 부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결정적으로 언리얼 엔진과 크라이 엔진은 패키지 FPS 장르를 위해 존재하는 툴이다. 그런데 이를 가져다가 온라인, 그것도 MMORPG로 만든다. 이는 닭 잡는 칼이 따로 있고 생선 다듬는 칼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 옷인 것이다.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면 어떻게 입을 순 있지만 애당초 목적이 다른 물건이기 때문에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행착오를 감당할 준비가 한국 온라인 업체들은 아직 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자체 개발 엔진이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역시 분명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국내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은 분명히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수준이 낮다. 이미 높아진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체 개발 엔진으로는 시작부터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소리이다. 게다가 마케팅과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서, 좋은 엔진을 사용하면 저절로 유저들이 모이는 효과도 간과하기 힘들다.


하지만 엔진 개발을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그리고 우리는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가 대부분이다. 시장은 밖을 보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부를 봐야 한다. 다소 비약적인 비유를 들자면, 마치 한반도 통일을 위해 청나라 군대를 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런 일이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새삼 설명하고 싶지 않다. 나날이 발전하는 해외 대작들을 보면 자신감을 가지기 힘들겠지만 온라인 게임 업계에선 우리가 분명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세상이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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