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룡을 소환하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2.04 09:0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세계적인 게임기업 일렉트로닉 아츠(EA)가 한국에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온라인게임 개발력 강화를 위해, 아직은 이 방면에 탁월한 한국에 거점을 마련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EA본사의 인력뿐 아니라, 국내 개발자들도 영입해 우선 4개의 신작 온라인게임을 만들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개발력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득과 실을 따졌을 때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캐나다의 사례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캐나다는 땅덩어리 크기만으로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라다. 놀랍게도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적은 300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영국무역투자청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비롯한 디지털콘텐츠의 개발 규모면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에 오를 정도의 숨겨진 게임 강국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적인 게임기업들의 핵심 스튜디오가 캐나다에 꽤 많이 존재한다는 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UBI소프트의 몬트리올 스튜디오와 밴쿠버에 위치한 EA캐나다 스튜디오, 에이도스의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UBI소프트의 몬트리올 스튜디오에서는 '어쌔신크리드', '스프린터셀', '레인보우식스' 등의 히트작이 개발됐고, EA 캐나다 스튜디오에서는 '피파', 'NBA', '니드 포 스피드' 등 메가 히트작 시리즈가 매년 쏟아지고 있다. 특히 EA는 캐나다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자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 적도 있다.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게임의 3D그래픽은 탁월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3D제작툴인 '3D MAX'와 '마야'를 만든 회사인 '오토데스크'는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실제 툴을 만든 것은 캐나다의 토론토 스튜디오라는 것. 캐나다의 게임 개발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인력들보다도 일찌감치 유명한 3D 제작툴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캐나다가 세계 게임 개발의 '거점'으로 불리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캐나다는 게임산업에 있어서, 흔히 말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퀘벡 주정부는 게임 개발자들의 임금을 37.5%까지 내놓고 있고, 중소 개발사의 프로토 타입 개발에도 2억원 규모의 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게임을 차세대 지식 산업으로 규정하고, 고용 확대는 물론 해외 투자에도 매우 개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회사들의 개발 환경도 매우 선진적이다. 가장 솔깃한 것은 회사에 '침낭이 없다'는 이야기다. 무리한 개발 스케줄을 철야 작업으로 해소하는 것이 아닌, 효율적인 개발 프로세스 시스템으로 커버하고 있다. 캐나다 개발자들에게 공휴일 출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리적으로 미국과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고,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가 통용되는 환경은 유럽권에서의 투자와 진출을 더욱 쉽게 만드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는 언제나 북미권으로 묶어버려, 독자적으로는 해외 시장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개발 수준은 높지만 아웃소싱 기반의 비즈니스 형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메이드 인 캐나다' 제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그래픽 퀄리티만 지나치게 높고, 게임의 재미는 떨어진다", "액션 장르의 편중이 심하다"는 등 지적도 적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온라인게임의 높은 기술력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 또 한국산 온라인게임들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 또한 꽤 높다. 여기에 해외 유명 회사들의 진출이 가세한다면 고용 확대와 더불어 게임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EA 이외에도 몇몇 해외 대형 퍼블리셔들이 한국을 온라인게임 개발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심심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주도면밀한 지원과 국내 회사들의 개방적 사고가 동반된다면, 진정으로 '게임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그리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