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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게임 왕따게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4.0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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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 결국 이는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그 원초적인 탐미 욕구와 관련된 게임이 유럽과 북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미스 빔보'는 한 달만에 28만명의 회원을 끌어 모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학생을 위한 온라인게임으로 특화된 '미스 빔보'는 한마디로 아름다움을 경쟁하는 타이틀이다. 유저는 아바타를 만들어 육성시키고, 쇼핑을 하거나 클럽 무대에 세워 그 인기도를 높여가야 한다. 현재 주요 유저층은 초등학교 2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의 여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이의 여자아이들이 게임을 통해 너도나도 사이버 상의 '보아'를 만들고 키워서 미녀스타가 된 기분을 만끽한다. 


영국 여학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미스 빔모'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게임이라는 것이 현지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이 게임에는 캐릭터 아바타를 더욱 여성스럽게 꾸미기 위한 유료 아이템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아이템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지만, '풍만한 가슴 성형'이라든가 '다이어트 특효약' 등의 아이템은 나이 어린 여학생들에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학부모 단체의 관계자는 "단순한 재미만으로 플레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게임이다. 사리분별력이 아직 떨어지는 9살짜리 여자 아이가 이 게임을 하면서, 성형 수술과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는 것을 당연스레 받아들이게 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이 게임을 만든 개발사 측은 "'미스 빔보'를 통해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게임 내에 등장하는 퀘스트는 대부분 도덕적으로 건전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규범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풍만한 가슴 성형 같은 묘사는 게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게임을 바라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미스 빔보'가 외모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현대인의 성형 풍조를 비꼬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풍만한 가슴 성형이라는 아이템을 보고 이를 단순한 풍자로는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직도 이 게임은 영국 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에서는 '사교'를 테마로 한 '소셜 봄(Social Bomb)'이라는 게임기가 주목 받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부각되면서 타인과의 교류도 매우 중시되고 있는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한 이 게임기는 뉴욕 대학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3명의 학생들에 의해 개발됐다.


담배갑만한 크기의 이 게임기에는 무선 네트웍 솔루션이 탑재되어 있어서, 누구나 목에 걸고 다니며, 동일한 게임기를 가진 사람과 접촉하면서 자신의 인기도를 화면에 표시되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인기도가 높은 사람과 교류하면 수치가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내려간다. 결국 많은 사람과 교류해야만 자신의 인기도 수치가 올라가며, 다른 사람들도 인기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들게 된다. 타인과의 지속적인 교류만이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 상대방의 성별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또한 이성에 대한 관심과 아름다운 외모와 결부되고 있는 듯하다. 단순한 놀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 '미스 빔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한 게임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왕따'를 양산하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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