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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비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5.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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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0kg의 살을 뺄 수 있을까?


한 달에 1~2Kg의 감량도 힘든 현대인들에게는 쉽게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일 것임에 틀림없다.
117Kg에서 1년만에 67Kg으로 50Kg의 살을 뺀 사나이가 최근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에게도 꽤 유명한 프린세스메이커를 만든 유명 회사 ‘가이낙스’의 사장 출신, 오카다 토시오 씨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에는 전혀 본 적이 없는 그만의 독특한 다이어트 비법에 있다. 헬스클럽에 가서 밤낮없이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한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 특효약을 먹은 것도 아닌, 그저 자기가 매일 먹는 음식을 꼼꼼히 메모해뒀다는 것이다. 그의 희안한 다이어트 비법을 적은 '이쯔마데모데부또 오모우나요 (굳이 해석하면, ‘언제까지 나를 돼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책은 발간된 지 몇개월만에 50만부 가까운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자신이 먹는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면서, 각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다 보면, 자연스레 식사량을 조절하게 되고, 습관적으로 먹게 되는 간식 등을 줄이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다양하게 등장했던 다이어트 방식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그의 경험담을 토대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얼마전 국내에도 발매된 닌텐도의 신형 게임기 위(Wii)도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플레이 방식으로 주목된다. 게임이라고 하면, 지금까지는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 운동(?)만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리모콘에 내장된 3차원 모션센서에 의해서 기울임 등의 동작에 반응해 액션이 동반된 게임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게임을 통한 체중 감량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이 게임기가 리드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 트렌드에 한발자국 더 깊숙히 들어간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 다이어트를 위한 게임이 개발됐다.


현지의 통계에 따르면 20여년간 미국인들의 비만은 급속히 증가해왔다고 한다. 비만이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3년전에는 감독 스스로가 패스트푸드를 매일 먹고, 그 영향을 실제로 검증한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 사이즈 미'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 이와 유사한 비만 문제를 다룬 게임이 등장했다.


타이틀만 봐도 누구나 대충 짐작이 갈 만한 '패트월드(FatWorld)가 그 주인공이다. PC와 매킨토시용으로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이 게임은 닌텐도의 ‘동물의 숲’과 영화 ‘슈퍼 사이즈 미’를 결합시켜둔 것과 비슷한 컨셉이다. 이 게임의 개발자인 이안보고스 씨는 단순히 "패스트푸드를 먹지마라", "운동을 해라"라고 어필하는 것이 아니고, 비만의 증가에는 사회와 문화, 경제 등의 각양각색의 외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취지에서 이 게임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는 패트월드라는 마을에 사는 주민이 되어서, 플레이어가 설정한 아침, 점심, 저녁 식사와 운동 스케줄에 따라서 생활을 해야 한다. 초기 설정에는 외모와 연령 이외에 사회적 지위나 건강 상태(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항목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픽은 왠지 촌스러워 보이지만 매우 리얼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게임 내에서는 레스토랑을 경영해서 다른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주거나, 마을의 정치에 참가해서 특정한 식품의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악조건이 겹쳐서 자신의 캐릭터가 뚱뚱해지게 되면 걷는 것 조차 힘들어져, 최후에는 병에 걸려 죽게 된다는 충격적인 엔딩도 기다리고 있다.
패트월드는 일반인들에게 비만의 사회적 폐해를 깊이 인식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스스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 빠져 어느샌가 뚱뚱해져버린 우리 몸의 건강 해법을 게임 스스로가 나서서 치유하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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