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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면접 대신 ‘게임’ 시켜라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5.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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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재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 삼성 이건희 전회장의 유명한 인재론 중 한 대목이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란 소리가 무색하게도 요즘 어딜 가나 듣게 되는 이야기가, “쓸만한 인재” 타령이다. 역시 회사에 맞는 적절한 인재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업계에도 1000여개가 넘는 게임 관련 회사들이 있다. 창조력을 중시하는 게임이라는 문화의 특성 상, 타 산업의 회사들과는 조금 특이한 성향을 가진, 말하자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인재를 원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마땅한 인력을 찾기가 더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게임과는 그다지 관련 없는 일본의 한 회사는 사원모집의 최종 전형 단계에 게임을 이용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일본의 IT회사인 ‘토호레오주식회사’는 매년 5~6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지원자는 언제나 500명을 넘고 있어서 1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한다. 게임이라는 전형을 통해서 입사한 직원들은 지난 10년간 퇴사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놀랍다.
그렇다고, 이 회사는 잘 나가는 상장 회사도 아니고, 다른 회사에 비해 복지가 훌륭하지도 않다. 직원수 200명에 연매출 600억원 정도의 중견기업에 불과하다. 게임과 장기근속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지 꽤 궁금해진다.


이 회사만의 독특한 채용 방식에 활용되는 ‘게임’은 과연 어떤 것일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인 ‘모노폴리’나 ‘인생게임’ 같은 방식의 ‘MQ전략게임’이 바로 그것이다. 공장을 짓고, 원재료를 구입해 상품화하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혼자서 해내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다른 지원자들의 전략을 파악하면서, 자사 상품의 연구 개발과 판매 등 중요한 의사결정과 필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모두 거쳐 최종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리는지를 겨루는 것이다.


‘MQ전략게임’ 테스트를 모두 마친 지원자들은 총체적인 결산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 또한 만만한 작업은 아닌 것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회사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통달한 팔방미인을 뽑는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 멋진 결산보고서를 내놓는 지원자가 반드시 최종적으로 합격하는 것은 아니란다. 


채용을 결정하는 임원들은 지원자의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드러나는 지원자들의 본성을 확인하는 것이 최종 결정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한다. 표면적으론 게임을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하는 듯하지만, 결국 지원자들의 본성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매니지먼트 게임을 능숙하게 플레이하는 지원자라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본성과 인내심, 결단력, 판단력 등의 종합적인 인성을 사전에 파악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의 최종 전형에 ‘게임’을 활용한다는 점은 미디어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만한 내용이라는 기업 PR효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회사의 ‘게임’ 활용 전략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큰 메리트를 주고 있다. 의도가 어찌됐건 갈수록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신규 채용에 ‘게임’을 활용한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본업을 게임으로 하고 있는 우리 업계의 회사들도 신규 인력 채용에 한번쯤 채택해볼 만한 아이디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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