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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가 맛있어질 때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6.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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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면 쉽게 연상되는 게 뭐가 있을까.
월남전, 쌀국수, 하롱베이 정도 말고는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거기에 하나쯤 더 얹혀놓을 만한 게 있다.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신흥 온라인게임 시장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아시아권 국가 중 중국에 버금가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인구만해도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많은 8400만명에 달한다.
베트남 일반 가정의 PC보급률은 약 7~8%에 불과하다. 그러나 PC사용인구는 약 1600만명으로 의외로 컴퓨터와 친하다. 이는 곧 베트남 전역에 15,000개나 있는 PC방 이용자들과 거의 중복되고 있는 셈이다. 


물가의 차이도 있지만, PC방 요금은 1시간에 우리 돈으로 200원~300원정도다. 대형 오락실의 아케이드 게임이 60원~300원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싼 편이다. 특히 PC방 이용자의 40%가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오락실보다 저렴한 가격의 PC방과 온라인게임을 주로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왠지 코리안 스타일이 느껴진다.  


현지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임은 T3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오디션'이다. 온라인 댄스에 흠뻑 빠진 베트남인은 무려  550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유료 아이템을 구입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오디션 이외에도, 베트남 온라인게임 시장의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게임은 중국산 MMORPG '무림전기'다.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리니지'급 위상이다. 가입자 200만명에 10%정도가 유료 아이템을 구입하고 있고, 1인당 평균 지출액도 한달에 4000원에 달한다. 오디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지의 물가를 감안하면 꽤 큰 씀씀이인 셈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FPS 장르도 남성 유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해초 현지에 진출한 국산 FPS '스페셜포스'나 '크로스파이어'도 꽤 선전하는 분위기다. 외세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베트남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FPS의 인기는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베트남도 온라인게임 신흥국가인 만큼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인기가 있다. 특히 오디션의 큰 성공 이후, 패션성과 음악이 융합된 커뮤니티성 게임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들과 즐긴다는 개념보다는 PC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우리의 PC방 문화와도 매우 흡사하다.


여러 측면에서 우리의 온라인게임 문화와 매우 닮아있지만, 베트남의 경제적인 상황과 생활 습성에서 비롯된 차이는 매우 뚜렷하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 낚시가 그들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된다. 베트남인들에게 낚시 게임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단순한 놀이의 범주를 벗어난 셈이다.  또 야구 같은 스포츠 게임도 그들에겐 매우 생소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그들이 선호하는 온라인게임 장르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베트남 정부가 온라인게임 서비스 회사들에게 유저들의 게임 이용 시간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색다르다. 게임 내에서 얻게되는 경험치는 시작한 지 3시간까지는 100% 전부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3시간에서 5시간까지는 50%만 경험치를 쌓을 수 있고, 5시간이 넘어가면 경험치를 전혀주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도박성이 있는 게임도 서비스를 금지시키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직.간접적인 정부의 간섭이 존재한다.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폐인 게이머를 감소시킬 수 있을 만한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다.
알듯말듯 어딘지 우리와 닮은 베트남 시장. 한국인의 입맛에 쌀국수가 큰 거부감이 없는 걸 보면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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