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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기자의G세상돋보기(#72)]또다시 나타난 영웅(英雄)

  • 데일리 노컷뉴스 지봉철 기자 Janus@nocutnews.co.kr
  • 입력 2011.11.1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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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英雄)이 부활하고 있다. 총이나 폭탄 없이 갑옷을 입고 칼이나 도끼를 손에 들고 달려드는 육박전의 처절한 세계, 어두운 도시의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무림의 고수들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며 악을 응징한다. 2011년 가을, 게임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는 단연 영웅이다.


이 영웅들은 '중세적'인 의리와 우정에 대한 '복고적인' 매혹이 넘쳐흐른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이터널’을 ‘지스타 2011’ 처음으로 출품하며 영웅 이야기에 불을 댕겼다. ‘리니지’에서 이어진 200년 후의 세계를 그린 ‘리니지이터널’은 스펙터클 액션, 집단과 집단사이의 경쟁, 그 속에서 탄생하는 영웅 등 모태인 ‘리니지’ 시리즈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악의 군단의 거대한 오크, 드래곤, 영웅을 돕는 정령 등 신화보다 더 신화같은 이미지의 향연은 게이머들에게 여러번의 심리적 클라이맥스를 경험하게 한다. 특히 집단 전체의 경험보다는 집단에 소속된 ‘나’의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은 일련의 게임들과는 다른 색깔을 예고한다.


네오위즈게임즈가 4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디젤’은 사실적인 아트웍과 뛰어난 연출력,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3인칭 액션슈팅(TPS) 게임이다. 기존 중세 영웅담에 비해 캐
릭터가 독특하고 주제 의식이 강렬한게 매력이다. 애국심, 정의 등 대의가 아니라 돈과 물질적 보상같은 사적 이익을 위해 전장에 뛰어든, ‘악당영웅’ 쯤으로 치부되는 용병을 그렸다. 목숨을건 화끈한 근접전과 피니쉬 액션은 이 게임의 백미에 해당한다.


초이락게임즈의 ‘머큐리 레드’는 ‘스테디셀러’ 형 냉전적 영웅담으로 감탄과 웃음을 이끈다. ‘머큐리레드’란 이름은 1970년대 소련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신비로운 폭발 물질인 ‘레드 머큐리(Red mercury)’에서 따왔다. 냉전시대와 반전, 전쟁, 개인의 정체성 상실 등 많은 시대적 화두를 게임에 담았다.


무림 고수들의 한치 양보없는 대결도 눈에 띈다. 그저 사필귀정, 권선징악과 같은 천편일률화된 공식에 따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로 꾸려지는 무림강호는 별로 재미가 없을터. 국내 무협 게임장르를 대중화시킨 엠게임의 ‘열혈강호2’는 차갑게 변한 담화린을 앞세워 정파와 사파의 갈등을 그린다. 원작 주인공 커플인한 비광을 비롯해 흑풍회, 천운악 등 원작 만화의 등장인물과 후손들이 모두 등장한다. 동명 무협 만화의 30년 후를 배경으로 게이머들은 연합과 대립을 통한 무림 일통을 꿈꾸게 된다.


넥슨 엔도어즈가 새롭게 선보이는 ‘영웅시대’는 유저들을 다양한 영웅이 등장하는 퓨전 무협의 세계로 이끈다. ‘중화영웅’은 홍콩의 4대 인기만화인 ‘중화영웅’, ‘용호문’, ‘취권’, ‘여래신장’ 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중화영웅을 바탕으로한 에피소드로, 유년 시설 부모님이 살해당한 주인공 ‘화영웅’이 그 누명을 뒤집어 쓰고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스승 금오와 동료들을 만나며 펼쳐가는 모험기를 담고 있다.


‘미르의 전설’ 시리즈를 통해 무협 게임의 명가로 일찌감치 자리잡은 위메이드의 ‘천룡기’는 황천의 문이 열리며 봉인됐던 ‘멸천마왕’이 부활해 혼돈과 재앙이 시작된 후한 말, 재해석된 ‘삼국지’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무협이라는 코드가 지닌 복잡한 인물관계를 치밀하게 구성한 것은 물론 색채감까지 풍부해 마친 무협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게임업계의 영웅담이 비주류들의 답답함과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줄 때인 듯하다. 영웅들의 활약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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