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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과 촛불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7.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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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나라가 촛불로 가득하다. 2008년 대한민국의 초여름은 촛불로 인해 그 어느해보다 더 뜨겁게 느껴진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그것도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더 두드러지게 말이다. 일본 온라인게임 업계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관련 있을 턱이 없다. 그들이 촛불을 밝히는 이유는 뭘까.


6월 21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두시간동안 100만개의 촛불이 열도를 환하게 밝혔다. 물론 우리처럼 한곳에 모여 촛불을 밝혔던 건 아니다. 각 가정과 단체별로 작은 불빛들이 만들어졌다. 그들이 촛불을 밝힌 이유는 지구환경과 에너지 절약 캠페인 운동의 일환이다.
'100만명 캔들나이트'라고 불리는 이 운동은 2001년 부시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반대해 캐나다에서 일어난 '자주적 정전(停電) 캠페인'이 모델이 됐다. 원전 반대를 100만번 외치는 것보다는 개개인들이 생활 속에서 촛불을 켜는 작은 실천을 통해 궁극적으로 평화로운 삶을 누리자는 게 취지다. 
이 운동은 일본에서 2003년부터 매년 수백만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하지와 동지에 각각 열린다. 이때는 전기불을 끄고 촛불을 하나씩 켜두고 릴렉스한 기분으로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게 보통이다.
올해는 일본에서 G8(서방 선진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리는 7월 6일까지 계속된다.


이 운동이 최근 일본의 온라인게임 업계로도 파급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통해 환경 보호 활동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게이머즈 하트 운동'이 그것이다.  현지 게임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온라인게임 유저는 42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온라인게임 유저수는 어떤 일을 추진해도 강력한 반향을 기대할 수 있는 규모이다.


물론 전원이 참가할 수는 없지만, 네트웍을 통해서 전해지는 캠페인의 확산 속도는 그 어떤 것보다 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이머즈 하트 운동'을 처음 주창한 것은 '진여신전생 이매진'을 개발한 '케이브'의 타카노 켄이치 사장이다. 그는 100만명 캔들나이트 운동을 자사의 온라인게임 '진여신전생 이매진' 속에 옮겨담았다. 게이머들의 마음을 움직여 환경 의식을 고취시키고, 지구 온난화 등 환경 관련 캠페인의 성금을 모금해 기부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목적이 순수하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이 운동은 케이브라는 회사와 진여신전생 이매진이라는 게임의 이미지 상승에 꽤 큰 영향을 줄 게 뻔하다. 덩달아 환경보호에 관심있는 새로운 게임 유저층을 확보하는 데에도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머의 컴퓨터가 구동되기 위한 전력(電力)에서 발생하게 되는 이산화탄소를, 유저 스스로가 새로운 대처 방법으로 상쇄시켜야 한다. 특히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있는 온라인게임의 특성 상 게이머들간의 손쉬운 소통을 통해 함께 지구 환경을 책임진다. 환경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작은 부분까지도 게이머들끼리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해결해가자는 것이 타카노 사장이 주장하고 있는 이 운동의 목적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빛나는 촛불은 다른 듯 보이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은 결국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방법론적으로는 일본쪽이 조금 더 영리해 보인다. 네트웍 인프라와 온라인게임에 관해서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이 아닌가. 물론 특정 포탈사이트의 커뮤니티가 촛불의 발화점이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전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의사소통에는 온라인게임이 어쩌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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