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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면 죽는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07.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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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탄이 빗발치는 치열한 총격전 사이를 뚫고 적의 우주모함에 올라탄 미래의 병사. 아군에 대항하던 적 로보트 군단을 일망타진하고, 상공을 까맣게 뒤덮은 적의 비행정들도 핸드 미사일로 멋지게 격파한다. 임무를 무사히 마친 미래 병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배 한개비를 입에 문다. 람보나 코만도 보다도 건강해보였던 그 병사는 순간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그의 헬스포인트(H.P)가 순식간에 0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사망한다.


왠지 황당한 듯 보이지만, 이 영상은 담배의 해악을 알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금연 단체의 캠페인 광고다. 영상은 시종일관 1인칭 슈팅 게임의 시점으로 흘러가고,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FPS게임 타이틀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한다. 이 광고 영상은 플로리다주에서만 방영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최근 미국 전역에 퍼지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됐지만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는 메시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화제의 영상을 제작한 광고기획자 '제이슨 피로쓰' 씨는 "11세에서 17세의 시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소재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치 게임처럼 보이는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며, "그 연령층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게임같은 영상을 통해 그들을 끌어들이고, 매우 자연스럽게 담배의 해악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43만명이 사람들이 흡연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흡연으로 죽고 있다는 스토리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지만, 10대 청소년들에겐 보다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30초에 불과한 광고 영상이지만, 퀄리티는 최신 3D FPS게임을 능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하드4' 등의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디지털디멘션社'가 이 영상의 제작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제작사는 헤일로3나 바이오쇼크 같은 최신 FPS게임풍으로 기획은 했지만, 특정 게임과는 유사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광고에서 게임의 영상을 흉내낸 것들은 어딘지 싸구려처럼 느껴져 왔지만, 이 금연 캠페인 광고는 실제 게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 게임은 어디서 팔고 있느냐"라는 문의가 쇄도할 정도란다.


최근 우리 업계는 게임의 순기능 부각과 사회적 인식제고 사업에 힘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왠지 그 노력들은 알맹이 없이 그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느낌이 강하다. 점잖게 무게를 잡으며 억지 웃음을 짓는 작위적인 방식의 캠페인은 이제 식상해버린지 오래다. 게임의 순기능을 부각시키려다 오히려 반감을 사게할 수도 있다. 여러 사람들을 공감시켜야 하는 캠페인은 그래서 더 타깃별로 세분화되어야 하고 직관적일 필요가 있다.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는 극단적인 연출이긴 하지만, 게임의 인식제고 사업도 플로리다주 금연단체의 캠페인 영상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다 직관적이고 실질적인 노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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