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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삼각관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0.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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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경제대국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적 불안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미국 게임 업계는 의외로 활기를 띄고 있다. 물론 IMF 경제 위기를 한번 겪은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PC방이라는 새로운 놀이문화가 생겨났고, 덩달아 온라인게임이 활황을 이뤘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주가 폭락과 실업자의 급증으로 피폐한 나날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인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줬던 것이 영화 산업이었다. 그들에게 영화는 저렴한 가격에 골치 아픈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마음의 도피처였던 셈이다. 그로부터 80여년이 흘렀다. 미국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위기를 다시 맞았다. 그러나 경제적인 시장의 혼란 속에서도 게임 시장의 매출은 작년에 비해 43%나 훌쩍 불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한 그랜드셰프트오토4(GTA IV)는 발매 1주일만에 600만개가 팔려 5억달러(우리 돈으로 약 6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8월에 나온 미식축구 게임 ‘매든NFL 09’는 지금까지 230만개나 팔려나갔다. 


현재 상황은 대공황 시절,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극장으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의 마음과 흡사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기껏해야 2시간으로 끝나버리지만, 게임은 길게는 몇 개월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에 있어 영화와 게임은 비용 대비 효율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경제불황과 함께 미국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대통령 선거일 것이다. 국민들은 쪼들리는 경제의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고 있지만, 게임업계의 부자들은 자신들이 번 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그 자금은 선거운동을 통해 다시 국민들에게 되돌아간다. 게임과 정치, 경제가 마치 드라마 속의 복잡한 삼각관계처럼 얽혀 돌아가는 느낌이다.


게임업계의 부자들은 과연 정치자금을 얼마나 기부했을까. 현지의 게임 정보 사이트인 ‘게임폴리틱스’는 업계인들이 민주당과 공화당에 얼마씩을 기부했는지 조사해 공개했다. 엔씨소프트에 영입되어 수백억원을 챙긴 울티마의 아버지 ‘리차드개리엇’은 ‘힐러리’에게 250만원을 기부했다. 또 테이크투의 CEO인 ‘벤페이더’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셉바이든’에게 100만원을, GTA시리즈로 어마어마한 거부가 된 록스타게임즈의 ‘샘하우저’ 대표는 ‘오바마’ 후보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공화당의 ‘맥케인’ 후보에게는 최근 스포어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심시티의 아버지 ‘윌라이트’가 310만원을, 액티비전의 ‘바비코틱’ 대표가 24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에 기부한 게임 업계인들의 정치자금은 민주당 쪽이 10배나 많았다고 한다. 게임과 영화 업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자금을 기부한 사람은, ‘조지루카스’ 감독으로 ‘오바마’ 후보에게 3500만원을 기부했다고 한다. 기부의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게임업계의 부자들은 왠지 인색하게 느껴진다. 그게 아니라면, 국가 경제의 위기 상황이라서 그들도 허리띠를 졸라맨 탓일까. 남의 나라 이야기지만, 왠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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