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이온과 파이널판타지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2.08 09:3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딘지 체한 것처럼 답답해 보였던 우리 게임업계가 ‘아이온’이라는 명품 소화제를 마시고, 속이 확 뚫린 느낌이다. 10년을 조금 넘긴 온라인게임 시장은 그동안 탈이 난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시장의 회복을 이끌어준 새로운 강장제(?)가 등장해왔다. 사실 이번엔 이전보다 조금 오랫동안 답답했던 것 같다.


일본 게임시장도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다. 현지 업계의 더부룩한 속을 언제나 뚫어준 게임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다.  물론 그 영향력은 ‘드래곤퀘스트’나 ‘포켓몬스터’ 시리즈도 결코 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시장 트렌드의 전환기를 언제나 리드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기의 인기 기종이 바뀔 때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세대교체의 리더 역할을 해온 셈이다.

8비트 게임기 ‘패미콤’이 16비트 ‘슈퍼패미콤’으로 세대교체될 때, ‘파이널판타지4’가 등장했고, 32비트 CD-ROM형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를 주도했던 것도 ‘파이널판타지7’이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2’가 등장했을 때도 어김없이 파이널판타지10이 발매되어 시장을 리드했다. 결국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차세대 게임기의 폭발적인 보급을 주도하는 이른바 기폭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1996년 스퀘어(현 스퀘어에닉스)가 ‘파이널판타지7’을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 게임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행보에 따라 차세대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새턴, 닌텐도64)의 판매 순위가 바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닌텐도 계열의 게임기에 ‘파이널판타지’를 공급해왔던 스퀘어는 당시 충격 선언을 한다. ‘파이널판타지7’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하겠다고 말이다. 닌텐도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소니 진영은 쾌재를 불렀다. ‘파이널판타지7’은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 완승을 거두는데 일등공신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단순히 시장의 점유율뿐 아니라, 게임의 기술적 진보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플레이스테이션용 ‘파이널판타지7’에 도입된 동영상은 당시의 영상 제작 기술로서는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를 뽐낼 정도였다. 그 영상 표현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전반적 수준이 높은 일본 게임회사들마저 놀라게 했다. 압도적인 임팩트를 보여줬던 ‘파이널판타지7’의 동영상은 일반인들을 비디오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도 크게 한 몫 했음은 물론이다. 파이널판타지 1편부터 작곡을 해온 우에마쓰노부오(植松伸夫) 씨는 일본 게임음악계의 수준을 한층 더 높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 타임지에 의해 ‘현대음악의 혁명가 중의 한사람’이라고 소개될 정도였다.


한편에서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두고 게임의 본질을 상실하고 영화처럼 변질되어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매 시리즈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기획과 시스템을 꾸준히 도입하고 있어, 게임의 본질을 소홀히한다는 비판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인다.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로부터 ‘아이온’으로 이어지는 파워는 양국의 게임업계에 큰 무게감을 주고 있다. 시장 규모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의 행보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그것과 비견될 만하다. 한동안 웅크린 채, 잠만 자던 한국 게임 시장을 일으켜세운 ‘아이온’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