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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yunghyang.com
  • 입력 2008.12.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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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고전하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좀비 모드를 도입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싸우던 플레이어를 일순간 악당의 입장에 세운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 좀비는 악당 캐릭터치곤 왠지 친숙한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좀비는 ‘바이오하자드’나 ‘하우스 오브 데드’ 같은 게임에서 창조된 단순한 악당 캐릭터는 아니다. 그 기원은 서아프리카의 정령 신앙으로부터 비롯된 부두교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부두교에서는 백마법을 쓰는 남성 신관인 ‘오운간’과 여성 신관인 ‘맘보’가 있었고, 흑마법을 쓰는 남녀 신관을 통틀어 ‘보콜’이라 불렀다.

그 중에 좀비를 만들어내는 쪽은 주로 ‘보콜’이었다. 부두교에선 생전에 큰 죄를 지은 사람은 편안하게 죽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좀비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고 하니 왠지 가혹하다. 


좀비를 만들어내는 방법에는 여러가지 설(說)이 있다. 시체에 정령을 침투시키는 방법과 복어독의 주성분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으로 제조된 ‘좀비 파우더’라는 약을 사용하는 방법이 그나마 유력할 뿐이다. 부두교에서 비롯된 좀비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1968년 유명 영화감독인 ‘조지·A·로메로’의 ‘나이트 오브 더 리빙데드’라는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그는 1979년에 ‘돈 오브 더 데드’, 1985년엔 ‘데이 오브 더 데드’라는 일련의 좀비 영화를 잇달아 만들어냈다. 그는 영화를 통해서 움직임이 둔하며, 사람들을 죽여서 좀비로 만들어버린다는 캐릭터의 특징을 확립하기도 했다.


좀비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유명 팝가수 마이클 잭슨이었다. 그는 1982년 발표해 전세계적으로 1억장이나 팔린 ‘스릴러’ 앨범의 뮤직비디오에 좀비를 전격 출연시켰다.


좀비가 게임에 처음 등장한 것도 ‘스릴러’ 열풍이 불던 1982년이다. 당시 유럽 지역에서만 판매되던 ‘ZX스펙트럼’이라는 게임기의 전용 소프트였던 ‘좀비좀비’가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로 좀비는 게임의 단골 손님이 됐다. 1992년에는 ‘얼론 인 더 다크’, 1993년엔 ‘둠’을 비롯해 1997년엔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디아블로’에도 등장했다. 게임의 인기는 좀비의 등장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좀비의 붐을 깊게 연구하는 학자들까지 생겨났다. 공상과학 분야의 저명한 여성 학자인 ‘안나리 뉴이츠’씨는 좀비계의 대모로 불리운다. 그녀는 1960년대 이후, 5년을 주기로 좀비 영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밝혀냈다. 특히 2007년과 2008년은 지금까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0년 보다 두배나 많은, 30편의 좀비 영화가 개봉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이츠 씨는 이러한 경향은 사회 정세가 불안해지면, 반드시 몇 년 후에 좀비 붐이 일어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좀비 붐은 수년 전 일어난 이라크 전쟁이나 911테러 등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추론이 맞다면, 좀비 붐은 당분간 계속될 지도 모른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 모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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