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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사는 비용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09.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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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의 실태를 얼마 전 본 칼럼(393호)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에서는 중독 치료를 위해 교정 시설이 수백여 곳이나 등장했고, 이 곳에서는 교도관이 입소한 학생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소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이나 온라인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을 집단으로 수용해 교정한다는 발상은 어딘지 중국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놀랍게도 얼마 전 7월에는 미국에도 이 같은 시설이 세워졌다. 
 
워싱턴주 레드몬드市에 세워진 인터넷 중독 치료 시설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차로 20분밖에 걸리지 않는 숲 속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개발한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 곳을 만든 것은 아니다.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한다. 
 
미국에는 처음으로 세워진 이 시설에는 온라인게임 중독자를 위한 합숙 치료 프로그램 ‘ReStart’가 시행 중이다. 이 곳은 과거 인터넷 중독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는 연구원들과 심리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입소한 사람들은 2명부터 6명까지 그룹을 지어 총 45일간 합숙 생활을 하게 된다.
 
인터넷이나 온라인게임을 삶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갖도록 유도한다. 또 불규칙한 식습관에서 벗어나 건강을 중심으로 한 식사법을 배우기도 한다. 사이버 세상에서의 치열한 전쟁에 의해 인간애를 상실한 사람들은 동물과 어울리게 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중독 증상이 심각한 사람들과는 지속적인 카운셀링 시간을 갖는다. 결국 이 곳에서 받게 되는 치료와 교육은 매우 원론적인 것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하루 종일 인터넷과 온라인게임에 매달려왔던 사람들에게 한달 반이나 이를 금지시킨다는 것은 애연가에게 당장 금연을 하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입소자가 인터넷 접속의 욕구가 강해질 때는 청소나 요리, 농사일 등을 강제로 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달 반의 치료 기간 동안 총 비용은 1만4천달러, 우리 돈으로 1천 7백만원이나 된다. 일각에서는 치료 프로그램의 내용에 비해서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월정액 비용이 약 1만 8천원 정도다. 만일 5년동안 이 게임의 월정액 비용이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매달 돈을 내고 꼬박 5년간 플레이해도 약 110만원 정도이다. 합숙 치료비의 1/10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치료비가 비싸다는 비난이 나올 만도 한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면, 5년동안 온라인게임에 빠져서, 직장을 잃고 가정 생활에도 소홀해져 이혼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막대한 위자료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대미지를 감수해야만 한다.

극단적인 상황 예측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게임에 지나치게 빠진다면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게다가 수억원을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45일간 1천7백만원을 낼 것인가.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가 보장된다면, 그 정도의 금액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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