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영원한 강자는 없다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12.07 09:2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 PC 패키지 게임을 즐겨했던 게이머들에게 EA(Electronic Arts)라는 이름은 큰 의미를 지녔다. 그 로고가 게임 박스에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의 보증수표가 될 정도로 말이다. 그 이름처럼 한마디로 예술 작품같은 게임들을 발매하며, 언제까지나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처럼 느껴졌던 EA에도 쇠퇴기가 온 듯하다.


최근의 북미 게임업계는 매우 중대한 터닝 포인트에 직면해 있다. 세계적 불황에 의해 게임하드웨어나 게임소프트의 판매가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고, 각 기종의 게임들도 유명 시리즈가 아니면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반면, 온라인 다운로드 판매나 웹게임, 소셜네트워크 게임 등은 새롭게 호조를 보이며 게임 산업의 다각화에 일조하고 있다. 근 20년 넘는 세월동안 업계 강자로 군림해왔던 EA는 이런 변화의 파도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 같다.


EA는 11월초 약 1,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고 내년 4월까지 1,50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 1,100명을 정리한 바 있어 현재 전세계 40개 도시에 넓게 퍼져있는 EA의 직원수는 9,000명 정도이다. 이번 조정에 따라 EA 직원의 6명 중 1명은 회사를 떠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고통스러운 몸집 줄이기의 최대 희생양은 팬더믹스튜디오. 이 스튜디오에서 200명의 직원이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고, 그들의 근거지였던 산타모니카 사무실도 폐쇄될 예정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EA의 LA스튜디오로 보내진다. 또 워해머온라인을 개발하고, 울티마온라인의 운영을 담당해왔던 미씩엔터테인먼트도 전직원의 40%가 회사를 떠나야할 처지라고 한다. 


실제로 미씩엔터테인먼트는 2006년말, 팬더믹스튜디오는 2007년말에 EA가 흡수 합병한 유명개발사들이기 때문에, 이번 조정 발표는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EA는 웨스트우드나 오리진같은 개발명가들을 흡수하고는 실적을 이유로 폐쇄한 전력이 있어서 더욱 안타깝다.


EA는 몸집 줄이기 전략과 더불어, 경영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소셜네트웍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플레이피쉬’를 3,000억원에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플레이피쉬는 2007년말 영국 런던에서 출발한 회사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아이폰 등의 최신 플랫폼에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개발사다. 6천만명의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고 있고, 연간 수익이 700억원에 이르는 회사로 이 분야에서는 징가사에 이어 두 번째로 돈을 잘 버는 곳이다.


20여년간 게임업계를 견인해온 EA가 최신 트렌드에 둔감했다는 건,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EA는 모바일에 적합한 캐주얼 게임 시장에 일찌감치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워낙 큰 덩치 때문인지 중소업체들에 비해 둔한 행보를 거듭해왔다. 결국 EA의 캐주얼게임 부문은 2008년 9월에 해체됐다. 플레이피쉬를 사들인 배경에는 ‘새롭게 키우기에는 시간과 위험요소가 크다. 그렇다면 이미 성공한 회사를 사들이자’는 전략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세계적인 공룡 게임기업 EA의 빛과 그림자 속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