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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크의 부활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09.12.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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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크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고, 하나의 문화운동이 될 것이다“


퀘이크라는 최고의 FPS 게임이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에 당시 이드소프트웨어(id Software)의 양대산맥 중 한사람이었던 존 로메로가 한 말이다. 물론 퀘이크를 머리 속으로만 구상해왔던 FPS의 아버지, 존 카멕의 이야기를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존 로메로가 발설한 것이라고 한다. 둠2가 정식 발매되기도 전에 흘러나온 말이니 지나치게 경솔한 발언이라고 비난을 받았을 법하다. 


이드소프트웨어는 1991년 설립된 이래, 오랜 기간 독립계 개발사로 확고한 포지션을 구축해온 명문 메이커이다. FPS(1인칭 시점의 슈팅)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창안해 낸 것은 물론 랜(LAN)으로 연결된 멀티플레이 대전을 활성화시킨 점 등은 게임의 역사에 있어, 노벨상을 줘도 시원치 않은 업적이라 할 만하다.


그들은 설립 당시부터 20명 정도의 소수정예팀을 유지하면서 ‘우리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독립성 강한 모토를 내세워왔다. 그러면서도 3D그래픽이나 멀티플레이 모드와 같은 기술이나 기획적인 아이디어에 있어서는 최첨단의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설립자이며 메인 프로그래머인 존 카멕은 게임 업계 내에서 바른 말 잘하는 사나이로도 유명했다. 초창기 다이렉트X가 프로그래머들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마이크로소프트에 항의하기도 하는 등 불의를 참지 않는 타입이었다.


존 카멕이 이끄는 이드소프트웨어에서는 그가 제작한 게임 엔진에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다양한 요소를 추가해 마무리하고, 이후에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에 의해 게임이 구체화되는 탑 다운(Top Down)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들의 작업 순서가 올 때까지 오랜 공백이 생겨버려, 작업의 효율성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한다.


산업이 성장하고 게임 타이틀의 제작 규모가 점점 커지자, 최첨단 테크놀로지 기반에 자신들이 선호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존 카멕의 오랜 신념은 점점 퇴색되어 갔다. 소규모 독립계 회사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존 카멕은 올해 6월 대형 퍼블리셔인 제니맥스의 산하로 자신들이 편입되는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이드소프트웨어의 수많은 팬들은 이 결정에 크게 반발했지만, 특A급 게임 타이틀의 개발을 위해 대규모 예산과 큰 조직이 필요했다는 존 카멕의 결의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사실, 이드소프트웨어를 롤모델로 뒤늦게 뛰어들어 ‘하프라이프’를 개발한 밸브나 ‘기어스 오브 워’의 에픽게임즈 등의 FPS 개발사들은 ‘스팀’이라는 디지털 유통 시스템과 ‘언리얼엔진’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존 카멕은 그들의 성공에 큰 자극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현재 존 카멕은 제니맥스의 안정된 그늘에서 id Tech 5라는 게임엔진의 연구 개발과 더불어 둠4, 퀘이크라이브, 아이폰용 둠을 개발하는 약 200명의 개발조직을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퀘이크워즈 온라인’의 테스트 일정이 발표되자 수많은 FPS 올드 팬들이 오랜만에 등장한 퀘이크 시리즈에 환호하고 있다. 결국 이 게임은 1인칭 슈팅이라는 장르를 확립한 퀘이크 시리즈와 스페셜포스로 온라인FPS의 붐을 일으킨 드래곤플라이의 합작품이라는 데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전세계 퀘이크 팬들에게도 인정받는 게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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