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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an.kr
  • 입력 2010.01.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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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닌텐도
2위 구글
3위 애플
4위 두산중공업
5위 현대중공업


미국의 유력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지난해 발표한 ‘월드베스트 2009’의 40대 기업중 랭킹 5위까지의 순위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 의뢰해 조사한 이 순위는 전세계 2,500개의 상장회사 중 매출 100억달러 이상, 특히 해외 매출의 비중이 25%를 넘는 기업이 대상이 됐다. 5년간의 매출 추이와 기업가치의 연평균 성장률(CAGR)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된 순위이다.


국내 기업인 두산과 현대가 4위와 5위에 랭크된 것도 이채롭지만, 구글과 애플을 누르고 닌텐도가 1위에 오른 것은 게임 업계인으로서 자부심마저 느끼게 한다. 비즈니스위크는 “고정관념을 깨고 혁신적인 게임 하드웨어 닌텐도Wii를 개발한 탄탄한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이 지난 5년간 연평균 35.7%에 달하는 고속 성장을 이루게 된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닌텐도는 이제 일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톱클래스 회사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톱 레벨의 회사가 되면 속칭 일류대 출신의 인재들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닌텐도 또한 내로라하는 일류대학 출신 학생들이 입사를 꿈꾸는 회사로 성장했다. 닌텐도의 입사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건 누구나 이해할 만하다. 결국 닌텐도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류대학 출신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를 골라 뽑는 ‘학벌주의’ 성향이 강한 회사가 됐다.  

그러나 이런 학벌주의를 보기 좋게 비웃는 사례가 바로 닌텐도 안에 있다. 
마리오의 아버지로 더욱 유명한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가 최근 유럽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현재 나의 학력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서 닌텐도에 이력서를 낸다 해도, 아마 입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모토는 일본에서도 그리 수준 높은 대학이 아닌, 가나자와미술공예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이다. 우리로 치면,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의 작은 미술 전문대학을 졸업한 셈이다.


1977년 당시, 24살의 미야모토는 실제로 정상적인 입사 루트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방법을 택했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인 야마우치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 끝에, 닌텐도 사장실에서 면접도 이도저도 아닌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야마우치 사장으로부터 재밌는 장난감을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다시 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며칠 후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한 그림을 야마우치 사장에게 보여주고, 풍부한 창의력에 좋은 점수를 받아 직원으로 채용됐다.


우리 업계에도 속칭 일류대 출신 직원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 만큼 게임산업이 성장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십수년 전만 해도, “내가 겨우 게임회사에 취업할려고, 좋은 대학 간 줄 아느냐”라는 소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왔던 필자로서는 작금의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지방 전문대 출신 미야모토는 닌텐도를 결국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들어냈다. 우리 업계도 1등만 기억하는 ... 그런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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