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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엔] 장애란 이름의 벽, 게임으로 넘는다!

  • 김상현 기자 AAA@kyunghyang.com
  • 입력 2006.10.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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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애당초 없었다. 신체적인 장애로 웃음을 잃어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을 뿐이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서 보람을 찾아주고 싶었다. 시각장애인용 보드게임 ‘피퍼’는 이렇게 탄생됐다. 단순히 시각장애인용 보드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개발사 ‘조엔’. 얼마 전 보드게임에서 온라인 게임까지 진출을 선언, 자신들의 꿈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추석이 성큼 다가온 9월의 끝자락에서 나눔 실천에 한창인 그들의 사무실을 찾았다.

목재회사에서 보드게임 개발사로 변신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개발사 ‘조엔’. 개발사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15평 규모의 사무실은 변변한 회의실조차 없었다. 개발인력은 총 4명. 이 인원만으로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개발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했다. 유효종 대표이사는 “비록 사무실은 열악하지만 게임 개발에는 무리가 없다”며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발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조엔은 전문 게임개발사는 아니다. 목재를 수입해 판매, 가공하는 제조사로 출발했다. 유대표가 게임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2003년 ‘조이팀버’ 만들면서부터다. “목재를 수입, 간단한 제조물을 만들다보니, ‘젠가’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어, 시중보다 싼값에 납품을 하게 됐습니다.”

게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그에게 ‘조이팀버’는 게임의 기본적인 배경 지식을 심어줬다. ‘쉽고’,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본격적인 보드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2004년 초부터 개발에 몰두한 조엔 개발팀은 11월 보드게임 ‘피퍼’ 기획,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기능성 게임에 출품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보드게임 시장은 파이가 작고 대부분의 게임을 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개발을 기피했던 것이 사실. 이런 보드게임 시장에서 ‘피퍼’의 개발은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최명호 팀장은 “순수한 개발 열정이 모든 팀원들을 지탱한 버팀목 이었다.”며 “수익성만 보고 시장에 진입했다면 벌써 사장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퍼’ 개발로 앞으로 국내 보드게임시장에 붐을 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 목표
‘피퍼’는 개발초기부터 점자를 삽입, 시각장애인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렇다고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게임은 아니다. 유대표는 “게임 개발에 첫 번째 목표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창조하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시각장애인을 처음 떠올렸다. “신앙 생활로 평소에 소외 받는 계층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시각장애인들도 즐길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포부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게임의 경우 보지 않고는 플레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시각장애인들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방법은 손의 감각과 소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점자 삽입으로 시각장애인들은 손의 감각을 이용,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피퍼’ 출시 이후, 전국 시각장애인 학교를 돌면서 무료로 게임을 기증하는 등 홍보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최명호 팀장은 “처음에는 외판원 취급을 받았지만, ‘피퍼’를 플레이한 특수교육 교사분들이 취지를 알고 최근에는 오히려 권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피퍼’는 지난 2006년 8월, 제 2회 전국장애학생 e스포츠 페스티벌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누구나 함께!
우수게임 선정, 장애인 e스포츠페스티벌 정식종목 선택 등 ‘피퍼’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조엔 개발팀원들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누구나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게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 지난 2005년 10월 온라인 피퍼 개발로 문화관광부 컨텐츠 다변화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배려 역시 잊지 않았다. 일반인은 모니터 위에 보이는 그래픽을 보면서 게임을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스크린리더(모니터의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 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회원 가입부터 로그인, 게임의 전반적인 진행 상황 등을 알 수 있도록 개발했다.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25일까지 약 한 달간의 테스트도 끝마친 상태다. 최팀장은 매일 약 200명 정도가 온라인상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각장애 유저와 일반 유저의 비율은 약 7:3 정도. 온라인 ‘피퍼’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여가활동 영역을 온라인 게임까지 확대시킨 모범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이 없는 측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각종 시상에서 상을 휩쓸었지만,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 조엔 측의 설명.

유대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컨텐츠”라며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당장 매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는 CSUN(장애인보조기기, 장애인 IT제품 시판과 학술적 세미나)에 참가를 기획하고 있지만, 정부 및 협회 측에 도움은 전무한 상태다. 최명훈 팀장은 “좋은 기회인 만큼, 회사 사비를 들여서라도 꼭 참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엔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단언한다. 포기하고 싶을 땐, 장애인들의 해맑은 웃음을 떠올린다는 그들. 그들이 만드는 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꿈이자 희망이다.

≫ ‘피퍼’는

‘피퍼’란 게임명은 타일을 섞거나 플레이 중 부딪칠 때 마다 타일의 맑고 명쾌한 새소리 같이 나며 사전적인 의미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짹짹)란 뜻이다. ‘피퍼’는 타일 총 64개 (1∼15 까지 각 4개, X타일 4개)로 구성돼 있다.

[게임방법]
A. 64개의 타일을 잘 섞은후 1인당 16개씩의 타일을 랜덤하게 나누어 갖는다.
B. 숫자 1번 타일중 빨간색 1번 타일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부터 게임을 시작한다. (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빨간색 1번 타일 우측 상단에 특별한 표시가 되어있다.)
C. 최초 플레이어부터 규정된 조합에 의해 타일을 버리게 되며 상대방 플레이어는 항상 전 플레이어 보다 더 높은 조합된 숫자를 내야 한다.
D. 규정된 조합에 의해 게임을 하다가 16개 타일을 먼저 다 버리게 되면 승리한다.
- 규정된 조합 명칭:싱글, 페어 ,스트레이트 , 페어 스트레이트 , 마인 , 리턴 , BOMB1 , BOMB2
- 팀 플레이도 가능하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다.

사진=김은진 기자 ejui77@kyunghyang.com

[Zoom In]


▲단체 사진


▲대표 인터뷰 장면


▲프로그램 담당자


▲기획팀장


▲그래픽 담당자


▲게임하는 장면


▲보드게임용 모래시계


▲시각장애인용 보드게임


▲연구, 개발 장면


▲조이팀버를 이용한 휴식시간


▲회의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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