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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간섭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10.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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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한 어느 직원의 블로그 글이 북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놀랍게도 EA 산하의 바이오웨어미식(BioWare Mythic)에서 워해머온라인을 만들던 개발자였다고 한다.


자신을 EA의 기생충이라고 표현한 개발자는 미식엔터테인먼트(Mythic Entertainment)가 EA에 흡수된 이전부터 근무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워해머온라인은 왜 실패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글을 써내려 갔다.
현지 업계에서도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의 회사로 유명했던 미식엔터테인먼트는 2008년 7월, EA에 전격 인수합병됐다.


당시 미식이 개발중이었던 ‘워해머온라인’은 영국의 게임스워크샵이 제작한 테이블토크RPG를 라이센스해 그 세계관을 이해하는 코어 게이머를 겨냥해 만들어왔다.


그러나 EA는 워해머온라인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맞설 만한 대중적인 MMORPG로 개발 방향을 바꿀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그 개발자는 “당초의 기획에서 크게 벗어난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 비판했다. 그런데다가 새로운 프로젝트 팀장은 대작을 만들어본 적도 없는 인물이었고, 프로그램이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유저들에게 멋대로 약속을 남발했다고 한다.


블로그 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의 뜻을 표하며 EA로 흡수된 과거 개발사들의 이야기로 거들었다. 울티마 시리즈의 오리진,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의 웨스트우드, 그리고 불프로그, 팬더믹스튜디오 등 쟁쟁한 개발사들을 잇달아 흡수했고 또 폐쇄했다. EA의 독단적인 정책에 의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개발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는 EA로의 흡수를 비판하는 듯했지만, 과거의 미식이 가진 확고한 가치관이 퇴색된 것에 대해 더욱 한탄해 하는 눈치다.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의 개발을 주도한 마크제이콥이 ‘워해머온라인’의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나머지 개발진들이 점점 EA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예스맨들로 변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과거에 자신들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던 미식만의 자유 토론 문화가 없어져버렸다는 것이다.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전파된 글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그럴 듯한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북미 게임 업계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어 꽤 신빙성 높아 보인다.


요즘 우리 업계의 모습을 보노라면 EA의 그것과 많이 닮아 보인다. 인수합병이 반드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자금이 부족한 회사에게는 더 좋은 개발 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인수한 회사에게는 새로운 매출 확대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란 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하다. 다만 지나친 간섭은 화(禍)를 부른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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