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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며느리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0.11.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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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흥행을 결정 짓는데,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부분이 ‘홍보’라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필자가 게임 미디어 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엔 게임회사들은 있었지만, 홍보를 전담하는 인력이 있던 곳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러나 요즘엔 개발사를 설립하면 홍보 담당자를 먼저 고용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며느리가 잘 들어오면 집안이 흥한다고 하듯, 제대로 된 홍보담당자는 회사의 이미지를 한껏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요즘 잘 나가는 게임회사들을 보면, 어느 곳이나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며느리(홍보담당자)들이 하나둘씩 꼭 있다.


그들의 일상을 엿보면, 세상의 모든 사건들을 혼자 짊어진 듯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기자만큼이나 바빠 보인다.  회사의 각종 발표 이벤트 준비부터 게임 뉴스의 릴리스, 어느 미디어에 어떤 기사들이 나왔는지 일일히 체크해야하는 일까지 수많은 업무를 일당백의 정신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지스타를 보러온 일본 게임업계의 지인으로부터 현지 홍보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일본 게임업계에는 과거와는 달리 최근 몇년간, 잘 만든 게임인데도 그다지 실적이 좋지 않은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회사들마다 홍보나 선전에 더 힘을 쏟아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현지의 저명한 게임 저널리스트 히라바야시 씨는 “홍보는 정보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본래의 의미이지만, 일본 게임업계에서의 홍보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당자들이 기사의 체크를 통해서, 외부로 잘못 흘러나가는 정보들을 막기 위해서 오히려 기사화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이것은 홍보(弘報)가 아니고 협보(狹報)”라 꼬집고 있다. 


일본 게임업계에는 오래전부터 “좋은 제품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잘 팔린다”는 암묵적 징크스같은 게 팽배해 있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회사가 닌텐도라고 한다. 정식 발표 전까지는 마리오의 콧수염 색깔까지도 모든 것이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는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이다. 물론 이런 홍보 전략들이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효과적으로 어필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발신할 수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가 판 치는 요즘, 언제까지 신비주의를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지 게임업계 홍보인들은 개발자 중심의 업계 구도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개발 관련 컨퍼런스는 한달에 몇회씩 열리는데 반해, 게임 홍보와 관련된 세미나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홍보는 그 만큼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이야기다.


지인에 따르면, 최근들어 게임업계의 일부 회사를 중심으로 정기 세미나같은 것들이 준비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업계는 어떤가. 꽤 오래 전부터 게임 홍보인들의 모임이 있었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 명맥이 유지되는 지도 의문이다. 단순히 인맥을 늘리기 위해라든가 타사의 정보를 캐려는 목적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홍보를 위해 머리를 서로 맞대야 할 때가 아닌가. 


한국이나 일본 게임 업계 모두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정체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게임 개발의 현장뿐 아니라 홍보에도 이노베이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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