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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한국은 프리서버 최적의 땅

  • 윤영진 기자 angpang@kyunghyang.com
  • 입력 2005.04.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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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할 유저를 모십니다”. “아직도 돈 내고 게임하세요?” 프리서버를 홍보하는 글귀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보면 이처럼 프리서버와 관련된 내용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게임시장의 암적인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는 프리서버 자체의 문제점을 떠나, 프리서버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은 충격 그 자체다. 게임과 관련된 어느 법령에도 프리서버에 관련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법 개정의 한계점을 밀착 취재했다.

법의 사각에 놓인 프리서버
온라인게임의 대표적인 역기능 중 하나가 바로 프리서버다.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되며 어느덧 절정에 달해버린 프리서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키워드 몇 글자만으로도 수많은 프리서버들이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게임이라 불리는 ‘리니지’를 필두로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바람의 나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다크에덴’, ‘A3’와 ‘레드문’을 비롯해 ‘메이플 스토리’와 ‘뮤 온라인’, ‘미르의 전설3’와 ‘나이트 온라인’, ‘네이비필드’와 ‘포레스티아’, ‘천상비’와 ‘헬브레스’에 이르기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수많은 온라인게임들이 프리서버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와중에 프리서버에 대한 일부 단속의 손길이 뻗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 당장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프리서버에 강 건너 불 보듯 두 손을 놓아버린 게임업계.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관련 법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게임관련 법률인 문화관광부의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제정에서도,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어디에도 프리서버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게임회사 스스로가 프리서버 단속반을 만들고 스스로 정화하려해도 들이댈 법 규정이 전무한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담당을 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며 제대로 된 창구조차 없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문화관광부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게임법률안을 담당하는 게임산업개발원의 산업정책팀 김규영 대리. 그는 프리서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제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법률이 사건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프리서버가 도마 위로 떠오른지 어언 3년. 그럼에도 아직껏 법률 제정안조차 준비 중이지 않는 정부 부처들의 이 같은 회답은 핑계 이상의 의미가 없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프리서버와 관련해 “시대적 상황에 부합되지 않는 법률만이 가득하다”며 “지금이라도 현실적인 법 개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언제까지 프리서버를 공공연한 비밀로 감춰둘 셈인가. 당면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구멍 난 형법만이 유일한 검거 수단
그렇다면 국내 프리서버 운영자들은 법적으로 자유로운 것일까. 물론 아니다. 비록 게임관련 법 규정은 없다할지라도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법률안이 바로 지적재산권법과 영업 방해법. 게임관련 법규는 전무할지라도 이 두 가지 형사고발의 창구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를 실제 프리서버에 들이대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프리서버를 돌렸음을 포착한다할지라도 법적 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2가지의 최소공약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드시 프리서버 현장이 적발돼야 할 것 ▲반드시 과금을 받았음을 증명할 자료가 있어야할 것.

다시 말해 게임회사 앞에서 프리서버를 돌린다 하더라도 비상업적으로 프리서버를 운영했다면 법적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이야기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결국 프리서버를 조사하고 포착한다할지라도 기껏해야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협조를 구해 폐쇄하는 방안이 고작이다. 그나마 유저들의 제보만이 프리서버 색출의 유일한 방안임을 살펴볼 때, 국내 프리서버는 프리서버를 돌리는 유저 스스로의 양심 외엔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프리서버를 운영하는 한 유저는 “프리서버는 쉽사리 뿌리 뽑기 힘들 것”이라며 “편하고 빠르게, 그리고 무료라는 매력은 떨쳐 버리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역설한다. 보이되 잡을 수 없는 것이 프리서버를 마주한 국내 게임계의 현실인 것이다.

프리서버에 무관심한 게임업체
프리서버는 크게 2가지 형태를 통해 유출된다. 첫 째 유저들 스스로가 게임 클라이언트를 분석, 해킹하는 경우와 수출 과정이나 내부 개발자의 소행에 의한 소스 유출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게임업체들은 프리서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입장이다. 일부 게임회사들만이 자체적으로 프리서버 단속을 목적으로 한 담당부서를 만들었을 뿐, 국내 대표적인 게임업체 마저도 별도의 프리서버 관련 부서조차 없다.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프리서버 자체를 축소 해석하고 공공의 문제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나몰라라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프리서버가 더욱 확대될 초석을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일부 게임회사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것이 작은 업데이트보다는 초대형 패치를 주로 하는 방안이다. 이미 공개된 프리서버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간의 차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함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도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한때 프리서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모 업체 관계자는 “게임을 무료로 전향한다할지라도 프리서버는 사라지지 않는다”며 “단속과 규제만이 해결책이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푸념했다. 결국 관련 정부부처는 법률을 개정할 의사가 없으며, 프리서버를 돌리는 유저들도 그만 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이제는 대다수 게임회사들 스스로도 자포자기해버린 프리서버 문제. 사태의 심각성을 넘어 꽤나 오래도록 국내 온라인게임계의 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법의 칼날조차 들이대기 어려운 프리서버 의 현실. 이를 남겨둔 채 수출에 연연하고 동접자수를 과대포장하기에 급급한 국내 온라인게임업계. 언제까지 온라인게임 강국이란 빛바랜 영광에만 연연할 것인가. 프리서버 최적의 땅이란 불명예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ide Story] 프리서버란
프리서버(Free Server)는 일반적으로 유저들이 서버의 유출된 소스를 취득, 개인이 개설한 서버를 통칭한 말이다. 간단히 말해 공짜 서버를 의미하며 서버조작을 통해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실행에 제약을 없앤 것이 주요 특징이다. 즉, 정상적인 게임과는 달리 경험치 배율이나 아이템 드랍율 등이 조절 가능하며 무한의 능력을 얻을 수 있는 동시에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변경 가능하다.

이러한 점이 프리서버가 급속히 배포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해당 게임회사의 경우, 유저 이탈과 함께 수익성의 감소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고민거리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소스가 유출된 프리서버의 경우, 운영자 명령어가 모두 공개된 사례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게임 플레이는 가능한데 일부 문제점을 내포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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