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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들러 게이머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1.11.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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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수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유저층 찾기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미지의 고객층을 찾아내 게임 인구를 늘려보자는 의도란 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하다.


최근 미국 게임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토들러(Toddler)’라는 계층이 있다. 2살부터 5살까지의 어린아이들을 토들러라 부르는데, ‘아장아장 걷는다’는 의미의 토들(Toddle)이란 단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미국의 리서치 회사 NPD그룹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북미의 2살부터 17세까지의 인구 약 6,400만명 중,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비율이 무려 91%에 이른다고 한다. 그 연령대 중,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계층이 바로 2살부터 5살까지의 토들러라는 점이 주목된다.


토들러 게이머의 확산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깊은 관련이 있다. NPD그룹의 보고서를 보면 2009년만 해도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아는 약 8%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38%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부모들이 어린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다는 건 아니고, 집이나 차량 이동중에 자신들의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고, 이에 따라 0.99달러 정도로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 어플리케이션이 늘어나 토들러 게이머의 확산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사실 지금까지 5살 미만의 유아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면, 닌텐도DS 정도 밖에 없었다. 게임소프트도 그들에게는 어려운 것들 투성이였고, 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렸다. 그나마 아이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갔던 게임은 슈퍼마리오나 별의 카비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패드 등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는 스마트 기기들은 5살짜리 아이라도 조작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게이머층의 개척에 일조한 셈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까지 업계가 고민해왔던 게임 인구 확산의 해법을 단번해 풀어준 일대 사건(?)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북미의 개발사들도 토들러 게이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 어플리케이션들 중에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알파벳 배열이나 색칠 그림 등 소위 말하는 에듀테인먼트형 타이틀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스마트 기기뿐 아니라 콘솔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콘트롤러를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 즐기는 Xbox360 키넥트 대응 게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어쨌든 최근 분위기를 보면, 토들러 시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저층의 발견은 북미 게임업계에 있어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게임에 열중하는 것에 거부 반응도 있을 것이다. 토들러 게임이 부모와 자식들간에 커뮤니케이션의 결여를 촉진한다는 불만의 소리도 나올 게 뻔하다.


토들러 게임을 북미 시장의 흥미로운 경향 정도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갈수록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국내 시장을 감안하면, 우리 업계에도 새로운 방향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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