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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프로그램, 이건 발전도 퇴보도 아니야!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7.04.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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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의 온라인게임은 “핵 프로그램이 없는 게임은 없다”고 불릴 정도로 핵 프로그램들이 난립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핵 프로그램 산업도 조직적인 음지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핵 프로그램은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켜, 온라인게임의 생명주기를 단축시키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 죽어가는 게임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는 것이 핵 프로그램이라는 의견도 있다. 핵 프로그램, 과연 필요악인가? 아니면 필수인가? 〈경향게임스〉는 중국 핵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면밀하게 짚어봤다.     


핵 프로그램 제작은 고소득의 지름길?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할 때, 전자아편 혹은 사이버헤로인이라 불렸다. 하지만 불과 수년만에 온라인게임은 중국정부가 장려하는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몇몇 뛰어난 게임기획자들이나 프로그래머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한 게임개발사의 임원은 “현재는 인민폐 8천원(한화 약 1백만 원)의 월급으로는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며 “최소한 연봉이 인민폐 2십만 원(한화 약 2천4백만 원)정도는 되어야 우수한 인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대졸 초임의 평균 월급이 1천5백 원~2천 원 (한화 약 18만원~24만원)정도임을 감안할 때, 거의 열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인재가 받는 급여는 핵 제작자의 수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게임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7년 2월 북경의 해정구 형사법원에서 진행된 불법 핵 프로그램 제작자는 1년간 벌어들인 수익이 인민폐 2백8십만 원(한화 약 3억4천만 원)이라고 실토했다. 이것도 지금은 핵 프로그램의 제작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2002년~2003년도 핵 프로그램 제작자가 많지 않았을 때는 한달에 십수 억을 버는 제작자도 많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정규회사들이 몇 십억 원씩의 돈을 쏟아부으며 운영하는 것에 비해 핵 제작자들은 몇 십만 원짜리 PC 한대만 있으면 바로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핵 제작이 위법이므로 사법기관의 단속을 피해야 한다는 위험은 있지만 매력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다.
“온라인게임의 경쟁은 바로 서비스”라는 말이 이제 핵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됐다. 일부 핵 프로그램 제공사이트의 전문화된 서비스 수준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든다. 전문 게임사이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예를 들면 ▲핵 프로그램끼리의 교류나 학습 ▲핵 프로그램 이용 선불카드 판매 및 광고 대행 ▲유저들의 특수 요구에 따른 주문형 핵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의 온라인게임도 대부분이 부분유료화로 아이템이나 장비의 판매로 게임회사들이 주요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귀한 아이템이나 희귀 장비 판매가 게임회사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희귀 아이템은 적게는 한화로 몇 천원부터 몇 십 만원, 많게는 백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아이템도 있다. 바로 이러한 희소성으로 인해 핵 프로그램을 이용한 복제 아이템들도 덩달아 값이 오르고 있다.
핵 프로그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선불카드나 월정액카드의 가격이 심지어 정규 온라인게임 회사의 선불카드와 동일한 가격으로까지 판매되고 있다.


유저 “플레이가 즐겁다면 핵 프로그램 상관없다”
핵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비용이 저렴하지 않음에도 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게임 플레이가 즐겁다면 상관없다”고 답했다.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중국 유저들의 전반적인 입장이다.
물론 일부 유저들은 핵을 사용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게임유저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핵을 사용하게 되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핵 사용자들은 “게임이란 무엇인가, 원래가 오락이다, 즐기자고 하는 것인데 왜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안 되는가”라고 반박한다. 심지어 핵을 사용해본 유저들은 “핵은 온라인게임의 합리적인 보충수단”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유명 게임회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핵을 너무 심하게 통제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많은 유저가 떠나버린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이 온라인게임의 합리적인 보충수단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최근 업계의 고민거리다. 게임회사들은 스스로 자기들이 서비스하는 게임에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음으로 접속률이 떨어졌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핵 프로그램이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인할 게임회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평가이다. 이미 서비스한지 오래되어 수명이 다해가는 게임은 핵 프로그램이 영양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게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임성이 부족한 게임은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만이 유일한 재미라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게임회사들은 핵 프로그램이 게임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분노했다. 지난 3월 온라인게임 ‘경천동지’를 운영하는 회사가 핵 프로그램 사용자 12만 명의 유저 ID를 봉쇄하여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의 대부분 게임회사들은 핵 프로그램이 자기들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게임산업을 궤멸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의 메이저급 게임회사 가운데 샨다인터렉티브인터테인먼트(이하 샨다)의 수장 ‘천티엔치아오’가 핵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분노의 태도를 취해왔다. ‘천티엔치아오’는 지난 2006년도 핵과 프리서버로 인해 자사가 몇 십억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한화 10억원이라는 거금을 현상금으로 내걸고 핵 프로그램과 프리서버를 퇴치하고자 했다. 하지만 각종 게시판에 “핵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는 게임은 ‘천티엔치아오’와 당신 가족이나 즐겨라”라는 유저들의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핵 프로그램도 명품시대
중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게임유저 가운데 60%이상이 게임에서 핵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어떤 중국 게임회사는 하루에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에서도 핵 프로그램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위법사안이기 때문에 음지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음지산업에서 또 하나의 먹이사슬이 생겨났다. 바로 ‘정품 핵 프로그램’의 소비자를 빼앗아가는 ‘가짜 핵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가짜 핵 프로그램 때문에 정품 핵 프로그램 개발사는 큰 손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는 핵 프로그램을 단속하고, 핵 프로그램 업자는 가짜 핵 프로그램을 자기들에게 제보할 것과 가짜 핵을 물리치자는 광고까지 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트로이 목마나 바이러스 절대 없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유저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일부의 핵 프로그램은 명품화되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과 마찬가지로 핵 프로그램 산업도 이제는 서비스 위주의 산업으로 재편될 움직임이다. 어떤 의미로는 핵 프로그램과 게임산업은 일종의 경쟁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핵 프로그램 제조업자도 유저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혼신을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어떤 핵 프로그램은 게임의 흥미를 더해주고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일부의 의견도 무시할 수없는 현실이다. 일부 오래된 게임은 핵 프로그램에 의해 명목이 유지되고 있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한 특정 게임은 핵 프로그램을 광고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어떤 게임이 유저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가는 종종 핵 프로그램의 숫자에 의해 평가되기도 한다. 지명도가 없는 게임은 핵 프로그램을 통해 유저들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채택했다. 일부는 게임 내에 핵 프로그램의 기능을 적용키기도 했다.
물론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도 진정으로 재미있는 게임은 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현상은 일부 게임의 형평성을 파괴하지 않는 어떤 보조프로그램은 게임회사와 암묵적인 거래를 하기도 한다는 것.
한 예로 현재 중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인 마수세계(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제3자가 개발한 ‘BIGFOOT’과 마수정령의 보조성 프로그램은 많은 유저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마수세계 운영회사인 더나인도 이 보조프로그램을 인정하여 정식 게임사이트에 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링크를 만들어 놓고 있다. 핵 프로그램이나 이러한 보조프로그램 모두가 정식 개발회사나 서비스 회사가 아닌 제 3자가 만든 것이다.
게임회사의 입장에서는 게임의 형평성과 정당한 이윤 확보를 위해 핵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또 다른 의견은 핵 프로그램이 온라인게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벨이 높지 않은 유저들에겐 핵 프로그램의 사용이 촉진제가 되어 온라인게임이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영양분이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핵 프로그램은 정부와 게임회사의 노력에도 현실적으로는 쉽게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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