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부주’도 직업이다?!

  • 장인규 중국 특파원 dage@kyunghyang.com
  • 입력 2007.05.21 09:3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게임 산업과 함께 저변이 확대된 부주인 개념(이하 부주). 이들은 타인의 게임 캐릭터를 대신 키워주거나 혹은 게임아이템을 획득해줌으로서 비용을 받고 있다.
흔히, ‘따이리엔’(代練:대련-대신 연습한다는 뜻)이라고 불리며 새로운 고소득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정부에서 이러한 행위 전체를 노동으로 인정한 까닭이다. 


■ ‘게임 플레이’도 노동이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주는 판례가 나왔다. 지난 2007년 3월 26일, 원고인 량모씨가 피고 통모씨를 상대로 온라인게임 노동에 대한 대가로 인민폐 1,054위안(한화 약 12만 7천원)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법원이 인정했다. 이는 온라인게임 노무계약으로 야기된 최초의 판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8월, 통모씨는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유명한 온라인게임에 대한 ‘대련’을 해주는 조건으로 량모씨를 고용했다. 조건은 통모씨가 량모씨에게 PC와 게임ID을 제공하고 량모씨는 통모씨의 요구에 따라 게임 캐릭터의 레벨 상승과 게임아이템을 획득해주면 그에 상응한 보수를 받기로 합의했다. 지난 2006년 4월 15일, 이들의 계산 과정에서 통모씨가 량모씨에게 인민폐 1,354위안을 덜 지급했다. 이에 량모씨는 통모씨에게 남은 금액을 지불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행하지 않자 법원에 고소했다.

복안법원은 이런 종류의 노동계약이 중국의 법률에는 명시되어있지 않지만 법규가 이미 사이버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사이버재산의 점유에 대한 사용 수익 및 처분권을 통해 현실적인 이익을 얻는 것이 추세임을 인정했다. 따라서 량모씨는 일정한 기능과 노동시간을 통해 통모씨에게 사이버재산을 획득하게 했으므로 량모씨의 노동은 그에 상응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와 동시에 량·통 두 사람의 계약은 국가의 법률과 행정법규의 금지된 규정을 위배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한달 이내에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온라인게임의 ‘대련’이라는 직업은 시장경제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생겨났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온라인게임이 유행하면서 온라인게임의 ‘대련’도 같이 발전해 왔다. 얼마 전 중국의 국영방송에서 게임작업장에 대한 심층취재가 보도된 이후 이 문제가 중국의 주류사회에 이슈가 됐다.

현재의 법률로는 게임작업장이 불법행위라는 규정이 없다. 다만 작업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이 고용하는 인원의 대부분이 청소년들이고 작업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전 세계 제 2게임시장(게임산업의 부수산물) 물량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시간을 수출하여 현금을 벌어들인다’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바꿔 말하면 원가가  발생하지 않는 순수입이란 이야기다.

■ 음지는 없다!



현재 중국사회의 여론은 어차피 ‘대련’ 행위를 근절하지 못 할 바엔 양성화시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제 2차 산업에서 프리서버는 온라인게임의 해적판으로 인정해 이미 불법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판매를 목적으로 게임머니나 아이템 획득을 하는 행위는 아이템 해킹 등의 불법행위를 조장한고 해서 판매루트인 중개사이트의 엄격한 통제로 인해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이에 작업장을 운영하던 업자들이 ‘대련’으로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의 사업자등록증과 같은 ‘영업집조’를 신청할 때 회사의 영업항목 부분에 ‘온라인게임 대련’ 항목과 회사이름 자체를 ‘××온라인게임 대련공사’로 신청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작업장이 정당히 세금을 내며 양지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천진시 민정연구소’의 ‘왕라이화’는 황당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이버 세계에서 존중을 받고자 돈을 써가며 ‘대련’을 고용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더욱 황당한 것은 몇 푼의 돈을 위해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며 24시간 게임에 매달리는 행위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인터넷회사는 공개적으로 ‘온라인게임 직원 구함’, ‘연령 18세~26세’등이 기재된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를 보고 몰려든 청소년 중 한 사람은 “현실세계에서 별 볼일 없지만, 게임에선 내가 주인공이고 게다가 돈도 벌수 있다”며 ‘대련’이라는 직업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돈을 주고 ‘대련’을 고용한 사람은 나름대로 “이것은 내가 시간이 없어 집 청소를 위해 가정부를 고용하는 것과 같다”고 ‘대련’의 필요성을 토로했다. 

■ 열악한 환경 속에 골병드는 ‘대련’ 알바



한 사범대학의 교육학 교수는 ‘대련’을 새로운 직업영역으로 인정하지만 청소년들의 건강문제와 더 나아가 이들의 사회적인 소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대련’이 일부 청소년들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이 직업에 잠재된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게임작업장에서 약 3년 가까이 ‘대련’을 직업으로 삼아온 23세의 한 청년은 “이제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이 직업 3년 동안 친구도 멀어지고 내 자신도 체중이 20kg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작업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지하실이나 창고 같은 방을 사용한다. 또한 청소년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게임을 해야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다. 정해진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아예 기본수당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목표량 달성을 위해 장기간 수면 부족과 열악한 환경에서의 거주는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이 중론이다.

‘대련’은 판례에서도 보여지 듯이 중국사회에서 온라인게임의 정당한 부대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남은 문제는 ‘대련’회사가 청소년들을 고용할 때, 합법적인 노무관계와 ‘대련’회사 자체도 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로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당장은 쉽지 않을 지라도 사회와 가정에서 청소년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경제관과 가치관, 직업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에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관련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 중국은 지금_


휴가 특수를 잡아라!

중국엔 3대 휴가기간이 있다. 춘절(음력1.1),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이 그것이다. 이 기간동안 보통 7일이상의 장기 휴식에 돌입한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휴일주간을 ‘황금주(黃金週)’라고 부른다.

이 기간에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여행을 떠나거나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상가에서는 각종 세일과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묘안을 연출해 내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 기간엔 그야말로 소비가 왕이 된다.



이러한 상황은 게임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유저가 여행 등의 고소비 구매력이 충분하지 않은 15~25세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장기휴가를 소비하는 방법은 게임 플레이다. 따라서 각 게임회사들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유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황금주’ 기간에 게임에 접속하면 경험치를 평소 보다 두 배 이상 올려주고, 일정한 시간대에 접속하여 임무를 완성하면 평소보다 세배 이상의 경험치와 레벨상승을 쉽게 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이 외에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방법도 있다.

지난 춘절휴가기간 중에 온라인게임 ‘마계’는 게임 내에 출현하는 황금돼지를 공격하면 고급 아이템을 획득하게 한다거나, ‘발렌타인 데이’에는 게임 내에서 유저들이 결혼을 할 경우 호화마차와 각종 부대설비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도온라인’은 춘절기간에 게임에 접속하면 세뱃돈을 지불하기도 했다. 현재 오픈 테스트이후 동시접속인수 40만을 돌파한 ‘기적세계(한국명 SUN)’는 이번 노동절 기간 중에 억만금(1조 원)의 게임머니를 쐈다. ‘황금주’ 기간에 누적접속 20시간 이상과 15레벨 이상을 달성한 유저에게 기적세계 게임머니를 5만씩 지급하여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게임 내의 각 분야에 달인을 선정하여 각 분야 최고에게는 ‘기적세계’ 명예 수정트로피를 선사했다.



또한 17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열혈강호’는 노동절을 맞이하여 ‘5.1노동절영광’ 활동을 벌였다. 게임 내에서 임무를 부여받아 각종 ‘폐기물’을 청소하는 유저에게 게임내의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로 교환할 수 있는 ‘노동증서’를 제공하여 역시 사회주의 국가다운 면목을 보여줬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