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전통 놀이의 게임화

  • 편집국장 김동욱 kim4g@khplus.kr
  • 입력 2012.06.21 11:5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백개의 블록을 잇달아 연결해 쓰러뜨리는 게임, 바로 ‘도미노’다. 너무 단순한 룰 덕분에 누구나 쉽게 즐기는 놀이지만, 원래는 ‘드로우’, ‘블록’, ‘메타도어’ 등 숫자를 맞추는 방식의 다양한 놀이법이 존재한다. 블록을 쓰러뜨리는 대중화된 놀이 방식은 1970년대 들어서야 고안 됐다고 하니,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니다. 숫자패를 맞추는 도미노 게임은 14세기경 중국인이 페르시아인들에게 전해줬고, 이를 기반으로 이란 사람들 사이에서는‘엘 투라프트’라는 게임이 생겨났다.


‘서로의 패를 알고 있다’는 의미로 이후에‘올 키라트’로 명칭이 바뀌었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구전되다가 외국어의 영향을 받아 언제부터인가 ‘오키(Okey)’라 불리게 됐다. 오키는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투르크인들에게 전승됐으며, 17세기에는 오스만제국의 궁궐 내에서 크게 유행한 것이 서민들에게 전파돼 터키의 대표적인 전통 게임 ‘오키’가 됐다고 한다. 말하자면, 터키인들에게 오키는 우리나라의 화투처럼,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놀이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세번째로 많이 팔린 보드게임 루미큐브는 오키의 아들뻘이다. 1930년대 초 루마니아 출신의 유대인‘에파라임 헤르짜노’가 터키 전통 게임인 오키를 기반으로 마작, 도미노, 체스 등의 요소를 섞어 만든 게 루미큐브다. 타일의 연속된 규칙을 찾아 먼저 조합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으로 오키와 매우 흡사하다. 유럽에서는 3년마다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시합이 열릴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둥지를 틀고 있는 소셜게임 퍼블리셔 ‘피크게임즈’는 자사가 제공하는 게임의 월간 액티브 유저가 3천만명, 데일리 액티브 유저는 970만명을 돌파해 세계 3위의 소셜게임 회사가 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페이스북용 소셜게임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이 바로 ‘오키’다. 터키는 전체 인구의 약 과반수에 해당하는 3,75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그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빠져있다고 한다.


특히 ‘오키’는 터키어로만 서비스하고 있는데, 월간 이용자가 4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자국의 전통 놀이를 발 빠르게 게임화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게다가 피크게임즈는 북미의 소셜게임 기업들이 아직 손을 뻗치지 않은 중동, 북아프리카와 같은 신흥 시장에 발 빠르게 소셜게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 덕에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현지의 문화와 풍습에 맞는 소재를 사전에 철저히 분석하고 개발해내는 강점을 갖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소셜게임 개발사 ‘캄멜나게임즈’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 독일, 스페인 등에도 개발 스튜디오를 잇달아 오픈하고 있다. 이 회사의 치밀한 전략과 발 빠른 비즈니스 전개의 결과, 올해 1분기의 수익이 지난해 1년간 수익의 10배를 넘어섰다고 하니 놀라운 성장세다.


날로 격화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진출을 돌파구로 삼는 게임기업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반드시 주류 시장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피크게임즈는 자신들의 실적으로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덧붙여서,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들의 전통놀이를사전에 면밀하게 파악해두는 것도 글로벌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저작권자 © 경향게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